허민 전남대 교수팀 화순군 서유리서 발굴
전남 화순군에서 새끼부터 성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익룡들 발자국이 무더기로 나와 학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익룡 무리 발자국이 수백개 나온 것은 세계에서 처음인데 이는 익룡이 과거에 군집 생활을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는 점에서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영국 레스터대, 중국 지질과학대는 전남 화순군 서유리의 9400만년된 공룡화석지에서 길이 2.15~6.11cm, 너비가 0.6~2.5cm의 익룡 발자국 화석 300개 이상을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익룡은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백악기 말기까지 하늘을 지배하던 공룡으로 조류보다 훨씬 일찍 출현한 최초의 동력 비행 척추동물이다. 가장 작은 알려진 개체는 날개 길이가 0.175m에 불과한 반면 가장 큰 개체는 날개 길이가 10m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익룡 발자국은 다른 수각류 공룡 발자국 1500개에 섞여 함께 발견됐다. 연구팀은 발자국의 주인이 중국에서 처음 발견돼 아시아에 주로 살았던 중가립테루스(Dsungaripterus)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발자국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돼 있고 앞·뒷발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보존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들 발자국 화석이 매우 작은 크기부터 상대적으로 큰 발자국까지 다양하게 분포해 있다는 점에서 날개 폭이 0.5~1.5m까지 다양한 몸집의 개체가 살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당시 이 지역에 새끼부터 성체까지 다양한 개체가 함께 모여 살았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익룡의 골격 화석이나 둥지 화석을 근거로 군집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살아있는 익룡들이 남긴 발자국 화석이 발굴되면서 익룡의 군집 생활을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객관적 근거가 제시됐다.
이번에 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서유리 화석산지는 약 1500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굴돼 육식공룡의 달리기 속도를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자 세계 최초로 공룡가속도이론이 발표된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487호이자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지정돼 있는 이곳 화석지에서 다시 한 번 세계적인 화석 발굴이 이뤄지면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이달 23일자에 소개됐다. 정종윤 전남대 지질환경과학과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오는 8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백악기연구 200주년 기념 제11차 백악기 심포지엄’과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제82차 세계척추고생물학회’에서 관련 연구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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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태 기자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