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으로 태양전지판을 넓게 펼친 탐사선이 소행성 표면에 착륙해 암석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이번주 사이언스는 소행성 '류구'를 탐사하기 위해 2014년 발사됐던 일본의 무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의 모습을 표지에 담았다.
하야부사 2호는 약 4년간 52억km를 날아 2019년 류구의 표면에 착륙했고 2020년 약 5.4g의 암석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소행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생겨났을 시점의 흔적이 담겨 있는 '타임캡슐' 같은 존재다. 암석을 분석하면 태양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사이언스 이번호에서는 류구 시료에서 찾은 유기물을 분석한 논문 2편을 소개했다. 일본 규슈대 연구팀은 류구 시료에 유기물 2만 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중에는 아미노산 20종이 포함돼 있었고 5종은 단백질의 재료가 되는 물질이었다.
또 다른 논문에서는 류구 시료에서 발견한 유기물이 방향족 탄소, 지방족 탄소, 케톤 등으로 이뤄져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야부타 히카루 일본 히로시마대 지구 및 행성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소행성을 통해) 지구로 떨어진 유기물이 생명 탄생의 재료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구에서 얻은 시료를 분석한 논문은 지난해부터 발표되고 있다. 요코야마 테츠야 일본 도쿄공대 지구행성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6월 류구 시료가 1938년 탄자니아 이부나 지역에 떨어진 CI 콘드라이트 운석과 유사하다는 분석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C는 탄소질, I는 이부나, 콘드라이트는 석질 운석임을 의미한다. CI 콘드라이트 운석은 지금까지 10개 미만으로 발견된 희귀 운석으로 약 46억년 전 태양계 초기 형성 물질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연구팀이 류구 시료에서 액체 상태의 물을 발견한 연구 성과를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소금과 유기물 외에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탄산수 상태였다. 지구에 날아든 소행성이 물과 유기물을 제공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성과다. 나카무라 도모키 일본 도호쿠대 교수는 "물을 함유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지구에 물을 공급했을 것"이라며 "바다나 유기물의 기원을 설명하는 직접적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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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 기자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