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에서 최초로 자궁을 이식 받은 30대 여성이 이식 수술 2년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그레이스 데이비슨(36)은 지난 2월 27일 런던 서부에 위치한 퀸샬롯병원에서 2.04㎏의 건강한 딸을 낳았다. 아이의 이름은 자궁을 기증해 준 언니의 이름을 따 에이미라고 지었다.
데이비슨은 영국내 자궁 이식 연구 자선단체(Womb Transplant UK)의 지원을 받아 2023년 2월에 언니 에이미 퍼디의 자궁을 이식 받았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 받으려고 했지만 적합하지 않았고, 이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언니가 기증을 해줬다. 언니는 이미 두 명의 자녀가 있었다.
데이비슨은 ‘마이어 로키탄스키 쿠스터 하우저 증후군(MRKH)’이라는 희귀질환을 가지고 태어났다. 자궁이 없거나 제대로 발달하지 않지만, 난소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질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됐던 수술은 2023년 2월 진행됐다. 17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의료진이 언니의 자궁을 제거해 데이비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 후 2주만에 데이비슨은 처음으로 생리를 했고, 첫 번째 시험관 시술 시도에서 임신에 성공했다.
그는 “아기의 첫 태동을 느꼈을 때 믿을 수 없었다”며 “임신 기간 내내 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미가 여기 있는 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놀랍고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슨 부부는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는 대로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그리고 두 번째 아기가 태어나면 이식 받은 자궁은 제거할 예정이다. 데이비슨은 현재 몸이 이식 받은 자궁을 거부하지 않도록 매일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자궁을 제거하고 나면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BBC에 따르면 자궁 이식으로 2014년 스웨덴에서 첫 번째 아기가 태어난 이후 미국, 중국, 프랑스, 독일, 인도, 튀르키예 등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약 135건의 자궁 이식이 실시됐으며 약 65명의 아기가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