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나노플라스틱이 열매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이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안윤주 건국대 교수 연구팀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에서 생산된 열매와 그 열매에서 성장한 후세대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드스 머티리얼스’에 지난달 14일 온라인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식물은 인간과 동물의 식자원이다. 식물이 흡수한 미세·나노플라스틱은 먹이망을 통해 토양생태계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식물 내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이동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의 열매를 비롯해 해당 식물의 후세대로 나노플라스틱이 전이되는지 여부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식물이 토양환경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을 흡수하는 기작을 규명했다. 식물이 흡수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줄기와 잎 등 식물의 상부조직까지 도달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중요 식량자원이자 독성연구 표준시험종인 완두를 시험종으로 선정했다.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시켜 열매인 완두콩과 다음 세대 식물로의 전이를 확인했다.
실험에선 200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 크기의 형광 폴리스티렌 미세·나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토양에 완두를 약 60일간 노출시킨 후 완두콩을 수확했다. 수확한 완두콩을 공초점 레이저 주사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완두콩의 배아와 떡잎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이어 수확한 완두콩을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 재식재해 14일간 배양한 뒤 관찰했다. 그 결과 표피보다 세포간 및 세포내 공간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관찰됐다.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수확한 완두콩 내 배아와 떡잎에 분포했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식물 전체 세포로 이동한 것이다.
연구팀은 “미세·나노플라스틱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후세대 식물도 어미세대 식물을 통해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안윤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나노플라스틱에 노출된 식물이 생산한 열매와 그 열매로부터 기인하는 후세대 식물로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의 순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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