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위스콘신대 연구
인간과 영장류의 뇌는 놀랄 만큼 비슷한 구조다. 아주 작은 차이가 뇌의 기능을 판가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인간의 뇌에서만 확인되는 특별한 뇌세포가 발견됐다. 이 세포는 발달장애와 정신질환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뇌질환 연구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위스콘신대는 안드레 소사 신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인간, 침팬지, 마모셋 원숭이, 마카크 원숭이의 뇌 전전두엽 영역의 세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 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전전두엽은 대뇌에 가장 앞쪽에 있는 뇌의 한 층(피질)이다. 오직 영장류만이 갖고 있는 영역으로 감정과 의식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는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뒤쪽부터 발달하는데 전전두엽은 18~21세가 되어서야 발달한다. 이 때문에 인간의 정신적 성장의 완성되는 영역으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전전두엽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총 60만개 이상의 전전두엽 피질 세포로부터 유전정보를 수집했다. 각 세포를 유형별로 분류한 뒤 유사한 세포들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알아내기 위해 단일세포마다 전사체 검사를 실시했다. 전사체란 일정한 시간과 상황에서 한 세포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자 전달물질(RNA‧리보핵산)을 의미한다.
분석 결과 인간을 포함한 4종의 영장류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다섯 종류의 세포가 발견됐다. 마모셋 원숭이에게서만 발견된 한 세포는 뇌의 정보전달 능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에게서만 발견된 한 세포는 뇌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미세아교세포 중 하나로 확인됐다. 이 세포는 인간이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FOXP2’를 보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또 특정 세포의 경우 종에 따라 개수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뇌와 감각기관에서 정보를 옮기는 역할을 하는 뉴런 중 일부는 인간의 뇌에서만 유독 풍부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과 영장류의 뇌 사이 아주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사 교수는 “이들의 뇌 세포는 분자 수준에서 몇 가지 차이점이 포착됐다”며 “이러한 차이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영장류의 지적활동 차이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간만이 가진 뇌 속 세포를 상세하게 분석한 연구 결과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각종 정신질환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사 교수는 “각 세포들이 뇌의 발달에서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측하고, 다른 세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을 확인하면 질환을 앓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 정밀한 ‘뇌 세포 카탈로그’를 만든 이 연구는 전전두엽 피질의 기능과 질병에 대한 향후 연구에서 유용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전전두엽 이외의 다른 뇌 영역에 있는 세포들이 뇌 발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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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기자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