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4.06.15. 오전 8:00
오로라 연구자인 지건화 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10일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해 평소 극지방에서만 관측되던 오로라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곳곳의 밤하늘을 수놓은 현상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막대자석과 같다. 자기장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나타낸 가상의 선인 자기력선은 지구 극지방에서 나와 지구를 감싸면서 반대편 극으로 들어가는 형태다. 강력한 태양폭풍으로 태양 에너지가 지구 자기권에 전달되면 자기력선에 둘러싸인 지구 중·저위도는 보통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으로 전달된 태양에너지가 극지 고층대기와 부딪치면서 산소나 질소 같은 원소가 이온화되며 다양한 색을 내는 현상이 바로 오로라다.
지 연구원은 "태양폭풍이 강하면 고층대기의 전자에너지 수준이 다양해지면서 색도 다양하게 관측된다"며 "오로라가 낮은 고도까지 내려온 이유도 전자들의 에너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과학기지는 오로라가 주로 보이는 오로라대에서 멀리 있어 평소에 오로라가 잘 관측되지 않지만 이번 태양폭풍 시기에는 오로라가 선명하게 관측됐다.
오로라대가 저위도까지 내려가 광범위하게 나타난 건 그만큼 커다란 '고층대기 요동(disturbance)'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고층대기 요동은 우주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 중 전자의 밀도가 변하면 지구 궤도에 있는 인공위성의 통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강한 자기장이 지상의 송전 시스템에도 갑작스러운 유도 전류를 발생시켜 전력망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한국은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극지 고층대기의 대기 중력파 관측에서, 장보고과학기지는 오로라, 자기권, 극지 전리권과 열권 관측 등 극지 우주환경 관측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관측소다.
지 연구원은 "대기·기상학자들이 기상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것처럼 우주과학자들은 우주기상 예측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수행한다"며 "우주여행, 달·화성 탐사 등 우주개발 열풍이 부는 우주시대에 우주기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주기상 예보를 위해 극지에서 쌓은 고층대기와 우주환경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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