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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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DNA가 자가회복력을 유지하는 것을 돕는 약을 개발했다. DNA가 손상으로부터 스스로 회복하는 활동을 방해하는 원인 단백질들을 억누르는 방식이다. 회복되지 못한 DNA손상은 노화와 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DNA 자가회복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약은 노화와 암으로 인한 질병에 대응할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독일 쾰른대 연구팀은 체세포 DNA의 자가회복을 방해하는 원인 단백질들을 확인하고 이들의 활동을 억누르는 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구조와 분자생물학’에 23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인간과 동물 몸의 DNA는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요인으로 손상된다. 대표적으로 외부로부터 노출되는 자외선은 DNA에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 중 하나다. 다행히 DNA는 손상으로부터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약화된다. DNA가 더 이상 자가회복을 하지 못하고 생체활동이 멈추면 수명이 다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DNA의 자가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단백질복합체인 ‘DREAM’이 지목됐다. DREAM은 특정 유전자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5개의 머리글자를 따 붙여진 이름이다.
선형동물을 사용한 실험에서 DREAM 단백질복합체가 체세포 내 DNA의 자가회복을 방해하는 것이 확인됐다. DNA가 지속적으로 DREAM의 방해에 노출되자 이전에는 회복할 수 있었던 손상도 더 이상 복구할 수 없게 됐다. 실험에 사용된 선형동물인 예쁜꼬마선충(C.elegans)은 인간과 유전자가 60% 일치하면서 수명이 3~4주로 짧아 노화 연구에 흔히 사용된다. 인간의 체세포를 배양해 확인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됐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DREAM 단백질복합체의 활동을 겨냥하는 약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약은 실제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노화로 눈 망막이 퇴화한 쥐에게 이 약을 투여하자 망막의 일부 DNA가 다시 스스로 회복하고 눈의 기능도 더 나빠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약이 우주 환경처럼 DNA 손상이 우려되는 극한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학적 필요에 따라 노화와 암에 대처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비요른 슈마허 쾰른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노화와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을 특정하고 나아가 DNA의 자가회복력을 개선하는 방법을 확인했다”며 “향후 노화와 암으로 인한 질병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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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