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이식은 '로보캅(1990)' '더 게임(2008)' '겟 아웃(2017)' 등 공상과학영화(SF)의 오랜 단골소재였다. 뇌를 통째로 제거하고 다른 이의 뇌를 연결하는 뇌 이식으로 새로운 인생을 얻는 상상이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뇌를 통째로 이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뇌 이식의 가능성을 열어젖힌 연구가 공개됐다. 인간의 뇌 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해 일부 뇌 기능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세르기우 파스카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의학 및 행동학과 교수팀은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쥐의 뇌에 이식하고 신경 회로를 연결하는 데 성공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드는 장기 유사체로 '미니장기'로도 불린다.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세포 실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실에서 배양한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를 그대로 모사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생명체의 몸속에서 신경회로, 혈관 등이 복잡하게 연결되는 실제 장기처럼 오가노이드를 재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파스카 교수는 오가노이드를 생명체에 이식해 배양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인간의 줄기세포로 만든 뇌 오가노이드를 갓 태어난 쥐의 뇌에 이식해 배양했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가 쥐의 신경회로와 통합돼 뇌 기능을 수행했다. 인간의 뇌 세포가 쥐의 뇌에서도 기능을 할 수 있다는 확인된 샘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가노이드는 기존의 오가노이드보다 정교했다. 티모시 증후군 환자에게 얻은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에서는 신경 결손이 보이는 등 질병의 특성이 나타났다. 티모시 증후군은 신경세포의 칼슘 채널에 결함이 생기는 선천성 유전질환으로 신경세포 결함 등의 문제를 동반한다.
파스카 교수는 논문에서 "티모시 증후군을 가진 사람들의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는 형태학적으로 덜 정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질환의 특성이 오가노이드에서도 재현된다는 것은 기술이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이 이식한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는 감각정보를 수용하는 부위인 대뇌의 체감각 피질에 통합돼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인간의 세포가 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쥐에게 가해진 자극이 뇌 오가노이드로 전달되기도 했다. 연구팀이 쥐의 수염을 꺾자 뇌 오가노이드가 감각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파스카 교수는 "인간 신경계가 어떻게 발달하고 신경계 장애가 발생하는 과정과 치료 방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환자 유래 세포의 질병 특성을 밝히는 데 유용한 연구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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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애 기자ya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