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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입력 2022. 08. 01. 23:01 댓글 120개"알프스 빙하, 무섭게 녹는다..60년만에 최대폭 소실"
북극 빙하 녹은물 사흘새 180억t.."복원 불가능 수준"
기후변화 불신 여전히 득세.."각국 기후대책 빈수레"
韓·中 등 15개국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불충분' 평가
교황 "고통받는 지구..지도자들, 기후변화에 맞서야"
“우리에게는 ‘집단자살’ 또는 ‘집단행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중독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같은 세계적인 위기 속 우리는 다자간 공동체로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가들은 집단적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계속해서 서로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선택권이 있다. 집단행동이나 집단자살. 이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기후’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이상한 기후’ 현상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네바다 교통부 직원들이 노스 메인 스트리트 인근 웨스트 워싱턴 거리에 고인 빗물을 치우기 위해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럭셔리 카지노 ‘시저스 팰리스’의 천장 조명등에서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플래닛 할리우드’에선 지붕 일부가 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빗줄기가 실내로 들이쳤다. ‘서카’ 카지노 호텔의 실내 대형 전광판에서는 빗물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쇼핑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는 벼락을 맞아 정전됐다.
강풍에 많은 가로수가 넘어졌고 도로 곳곳은 불어난 물로 침수됐다. 라스베이거스 소방국은 폭우가 내린 이날 밤 차량 충돌 사고 등 300여건의 긴급신고를 접수했고, 급류에 휘말린 7명의 시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마치 재난영화를 연상케하는 장면들이다.
서늘한 날씨로 잘 알려진 섬나라 영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19일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의 낮 기온이 40.3도를 찍으며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 비율은 5% 미만으로, 이같은 폭염은 영국인들에게 매우 낯선 일이다.
지난 7월 18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을 찾은 한 관광객이 부채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빙하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중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외신 등은 보도했다. 특히 지난 겨울엔 적설량이 부족했고, 올 여름엔 최악의 폭염까지 찾아오면서 빙하가 맥없이 녹아내리는 모습이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다.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 만년설·얼음층 두께는 200m 정도 얇아졌고, 빙하에서 시작돼 하부 계곡 쪽으로 쭉 내미는 형태의 ‘빙하설’은 3㎞ 정도 짧아졌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알파인 하이킹 코스 근처에 관광객들이 서 있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지로 가장 인기있던 알프스 알파인 하이킹 코스가 기후변화로 인해 폐쇄 됐다. AFP연합뉴스
알프스산맥의 경우 폭염의 영향으로 기온이 0도가 되는 ‘빙결고도’가 한때 5184m까지 높아졌다. 알프스산맥 최고봉 몽블랑(4807m)의 만년설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알프스산맥의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도 상승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속도의 2배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소장은 “수십 년 뒤에나 일어날 것 같던 일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금세기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북극권 그린란드의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아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있다. 지난달 20일 CNN에 따르면 그린란드 북부의 낮 기온이 최근 며칠간 평년보다 섭씨 5도 이상 높은 16도 정도로 유지돼 대륙빙하가 녹은 물이 강을 이뤄 바다로 대량 유입됐다.
◆‘기후변화는 거짓말’ 의심… 인류는 여전히 기후위기에 뒷전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과학자들이 거짓말한다”는 의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폭염 같은 극단적 기상이 더 자주 심하게 닥치지만 이를 기후변화 결과로 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윈저의 호크스베리강이 범람하면서 도로가 물에 잠기자 구조대원들이 구조 보트를 타고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총기 난사와 함께 미국의 ‘예외주의’로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는 이 같은 기후변화 불신의 뿌리로는 미국 에너지 업계가 지목된다.
AP통신은 국제사회가 1998년 교도의정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을 때 업계가 꺼내 든 전략이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당시 대응 문건에는 과학에 대한 불신을 대중에 심는다는 전략이 담겼다. 이 문건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기후과학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해야 승리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하찮은 주제가 되지 않으면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다.
AP통신은 미국 석유업계가 이 전략을 토대로 1990년대 이후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기후변화 불신 캠페인을 벌이고 싱크탱크에 돈을 주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과학계 소수설을 홍보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10위권 이내로 꼽히는 한국도 ‘매우 불충분’ 국가에 포함됐다. 국가별 세부 리포트에서 CAT는 “한국은 기후변화 및 에너지 분야 계획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파리협약상 국제사회 목표치인 ‘1.5도 이내로 제한’에 발맞추기 위한 대책 추진에 있어 속도와 엄격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총 15개국이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됐고, 탄소 배출량 전 세계 2위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 8개국은 3번째 단계인 ‘불충분’에, 러시아, 이란 등 6개국은 관련 대책 추진이 ‘극심하게 불충분’한 나라로 CAT는 평가했다. 38개국 중 영국 등 나머지 9개국은 ‘거의 충분’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상기후 현상을 불러온 기후변화에 대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1일 바티칸에서 “우리의 자매이자 어머니인 지구가 고통 속에 울고 있다”며 “지구는 파괴 행위를 끝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은 전쟁·보건 위기 등에 쏟는 것과 같은 수준의 관심을 두고 기후변화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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