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美 하와이대 연구팀 분석
말라리아나 댕기열 등 218개 감염병의 확산 상황이 기후변화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자 동물 서식지가 파괴되며 동물과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고 진드기나 벼룩, 모기처럼 감염병을 전파하는 생물들의 개체수가 증가하는 등 감염병 확산 상황 전반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람도 기온 상승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감염에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카밀로 모라 미국 하와이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9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가뭄이나 폭염, 산불, 홍수, 폭풍,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유발된 현상 10가지와 댕기열, 간염, 폐렴, 말라리아 등 감염병 간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 약 7만개를 분석했다. 기후변화가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감염병의 일반적 특성을 따져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성이 증가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인간이 의학적으로 밝힌 모든 감염병 375개 중 218개가 기후변화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폭풍이나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콜레라나 폐렴, 장티푸스, 간염, 호흡기 질환 등과 같은 감염병이 늘어났다. 사람들이 이동을 하며 사람 간 새로운 접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병원체의 특성도 악화되고 있다. 온난화로 모기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무는 속도나 바이러스 복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식수에 다양한 종류의 병원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감염병을 악화시키는 방법에는 1006개가 있다. 기온 상승이 감염병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었으며 강수와 홍수, 가뭄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감염병 375개 중 218개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경로를 통해 확산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모라 교수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며 “또 사람과 동물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영역에서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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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원 기자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