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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카티' 암치료 새 시대...악성 뇌종양과 위암에도 효과

heojohn 2025. 6. 9. 23:53

2025.06.09 07:00

 

 

고형암에서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세포 치료제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가 등장하고 있다. 암세포를 나타낸 그래픽.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기적의 항암제로 불렸지만 일부 혈액암을 중심으로 치료 효과를 냈던 '키메릭항원수용체-T(카티, CAR-T)' 세포 치료제가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에서도 치료 효과가 잇따라 입증되고 있다. 

 

중국 연구진은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을 늘리는 성과를 냈으며 미국 연구진은 악성 뇌종양인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에서 종양 억제 효과를 관찰했다. 그간 ‘넘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졌던 고형암 영역에서도 CAR-T 치료제가 치료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 고형암 CAR-T 치료 임상시험 결과 공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암학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선 CAR-T 치료제를 사용해 고형암 치료 효과를 본 임상시험 사례가 연이어 소개됐다. CAR-T 세포 치료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인 T 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적으로 변형해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중국 베이징대암병원 연구팀은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에서 CAR-T 치료제 '사트리카브타진 오토로이셀(이하 사트리카브타진)'의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임상시험에서 사트리카브타진 치료군은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무진행' 생존기간이 3.25개월로 기존 치료제 투여군(1.77개월)보다 약 83% 길었다. 전체 생존기간 역시 7.9개월로 기존 투여군(5.5개월) 대비 약 40% 더 길었다. 무진행이 유지된 기간도 대조군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암 중에서도 치료가 까다로운 뇌종양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재발성악성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ASCO에서 공개했다.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암 발병을 일으키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와 'IL13Rα2'라는 두 종양 항원을 동시에 겨냥한 '이중표적 CAR-T 세포'를 사용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생존기간을 늘렸다. 고형암 치료의 난관이었던 '면역세포 도달 문제'를 해결한 것이 핵심이다.

 

임상시험은 기존 항암치료를 받고도 종양이 빠르게 자라는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수술 후에도 1센티미터(cm) 이상의 종양이 남아 있던 13명 가운데 8명(62%)에서 일시적인 종양 크기 감소가 확인됐다. 2명은 6개월 이상 질병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으며 12개월 이상 생존한 환자도 3명으로 나타났다.

 

● 중국 "더 정확한 표적"·미국 "CAR-T 직접 종양에"…고형암에 닿았다

 

이전까지 CAR-T 세포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서만 성과를 거뒀다. 혈액암과 달리 고형암은 여러 종류의 항원이 섞여있고 정상세포와 함께 존재하는 항원도 많아 치료제가 '공격 지점'을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혈액 속에 있는 혈액암과 달리 조직 속 깊숙이 박혀 있는 고형암의 특성 또한 CAR-T세포가 암에 도달하기 어려운 원인이다.

 

CAR-T 치료제로 고형암에 도달한 연구진은 기존 CAR-T 치료제와 다른 전략을 시도했다.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중국 연구진은 위암 세포 표면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을 정확한 표적 항원으로 지목하고 CAR-T 세포를 설계했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T세포를 위암의 원인 단백질 'CLDN18.2'만을 정확히 인식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하는 방식이다. 정확하게 표적을 설정해 고형암을 찾는 과정에서 CAR-T세포가 길을 잃지 않고 암세포를 찾아가서 파괴하도록 했다.

 

교모세포종을 공략한 미국 연구진의 연구에선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하나의 항원만 겨냥하면 종양이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개를 동시에 노리는 방식으로 치료의 정확도와 지속성을 높인 것이다. 면역세포를 종양 부근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도 채택했다. CAR-T 세포를 혈류가 아닌 뇌척수액에 곧바로 주입해 뇌 안에 있는 종양에 직접 접근하도록 했다. 종양을 향하는 시간은 단축되고 뇌에서 작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치료 효과를 오랫동안 낼 수 있게 됐다.

 

이번 두 연구 결과는 CAR-T 치료의 고형암 적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암 연구자들 또한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큰 기대감을 표했다. CAR-T 분야 권위자인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T 임상에서 처음으로 생존 이점을 입증한 역사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CAR-T 고형암 적용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큐로셀(위암·폐암), GC셀(췌장암), 마루테라퓨틱스(교모세포종) 등이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일부는 전임상 단계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