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체내에서 직접 항암 면역세포를 생성해 치료 효과를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개발됐다.
기존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세포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치료 시간과 비용을 단축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캡스탄테라퓨틱스 연구팀은 체외에서 유전자 조작된 면역세포(T세포)를 주입하는 방식 대신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사용된 나노입자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체내에서 직접 CAR-T 세포를 생성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CAR-T 세포 치료는 환자의 T세포에 특정 수용체(CAR)를 발현시켜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면역항암 치료법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해 수 주간 실험실에서 유전적으로 변형한 뒤 다시 주입하는 복잡한 과정 탓에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낮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에 사용된 지질 나노입자(LNP)를 T세포에 반응하도록 변형했다. LNP 안에 CAR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mRNA를 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LNP 입자를 생쥐에 주입했다. 그 결과 단 3시간 만에 CAR 수용체를 지닌 T세포가 혈액, 비장, 림프절에 대량 생성됐다. 인간 종양을 이식한 생쥐를 사용한 실험에선 생쥐의 종양을 빠르게 제거했다. 고용량을 이식한 생쥐는 3일 내 종양이 거의 사라졌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과 유사한 면역계를 지닌 원숭이에 mRNA 입자를 주입했다. 그 결과 체내 면역세포인 B세포 수가 수일 만에 급감했다. 7주도 되지 않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면역계를 '초기화'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나노입자로 환자의 체내에서 CAR-T세포를 직접 생성해 일시적으로 B세포를 제거하면 면역질환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헤이그 아가자니안 캡스탄 공동설립자는 “체내 T세포를 직접 변형해 효과적인 CAR-T 세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제조 없이도 즉시 투여 가능한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체외 제조 방식과 달리 고강도 화학요법이 불필요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캡스탄 측은 DNA를 이용하는 바이러스 전달 방식보다 mRNA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mRNA는 세포 유전체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고 일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치료 종료 후 자연스럽게 CAR 발현이 사라지고 B세포 수가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DNA 기반 방식은 CAR-T 세포가 체내에 오래 남아 지속적으로 면역세포를 제거할 위험이 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 있다. 실험에 사용된 원숭이 한 마리는 심각한 염증 반응을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 캡스탄은 해당 기술에 대한 1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인체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에 착수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zpdxyx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