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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췌장염’ 사망 사례 발생한 위고비… “국내 오남용 수준도 심각”

heojohn 2024. 11. 3. 21:41

최지우 기자

입력 2024.11.01 09:00
대한당뇨병학회 “쉽게 살빼는 비법으로 여겨선 안 돼”
위고비 국내 도입 후 약물 오남용 및 불법 유통 문제가 잇따르며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 국내에서 인크레틴 약물 중 하나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위고비 등 인크레틴 기반 약물은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고용량 투여 시 체중 감소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져 비만 치료제로도 사용된다. 국내보다 앞서 허가 및 출시된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사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사용했다고 알려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본래 취지와 달리 미용 목적의 처방이 암암리에 이뤄지며 약이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기회를 잃는 등의 양면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약물 오남용·불법 유통 문제 잇따라
위고비는 의사 처방과 약사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올바른 용도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고도비만 환자 ▲BMI 27 이상 비만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등 한 개 이상의 동반질환이 있는 성인들이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게 돼있다. 문제는 치료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 이들의 미용을 목적으로 한 약 오남용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활용하면 처방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위고비 처방이 가능하다. 비대면 특성상 체중, BMI 등을 직접 기입하는 방식이라 얼마든지 수치를 바꿔 적을 수 있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위고비는 비급여 항목으로 시중에 50만원에서 8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판매되는데 비대면 플랫폼에서 손쉬운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과열 양상 속 해외 직구나 온라인 거래 등 불법 판매 사례도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위고비 출시일인 15일부터 22일까지 위고비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 등 위법 게시물 12건이 적발 및 조치됐다. 다이어트 카페나 SNS 등에 위고비 해외 직구 사이트나 위고비 처방이 가능한 ‘성지’ 리스트가 공유되기도 한다. 온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약물은 위조 의약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변질되거나 오염될 우려가 있다.


비대면 진료 어플을 통해 위고비 처방 약국 및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사진=비대면 진료 앱 캡처
◇위장관계 부작용 위험… ‘급성 췌장염’ 사망 사례도
여느 약물과 마찬가지로 인크레틴 기반 약물도 부작용이 존재한다. 흔히 위장관 부작용이 보고되는데 ▲두통 ▲구토 ▲울렁거림 ▲설사 ▲변비 등이다.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살이 찌는 요요현상도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 학술지 ‘Diabetes’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위고비 주사·식이요법·운동을 병행한 약 800명의 환자가 체중을 평균 10.6% 감량했으나 위고비 중단 후 체중이 다시 7% 증가했다. 체중이 빠질 때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지는데, 요요현상이 나타나면 근육이 줄어든 상태에서 지방만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드물게 저혈당증, 갑상선 종양, 알레르기 반응, 췌장염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70대 남성이 위고비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국 코네티컷대 파밍턴 캠퍼스 연구팀에 의하면, 당뇨병과 비만을 앓고 있던 이 남성은 4년 동안 세마글루타이드를 주당 0.25mg 투여해왔다. 약물 용량을 0.5mg으로 늘린 후 구토,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을 겪어 다시 용량을 줄였으나 결국 심한 상복부 통증 호소 후 중증 췌장염 진단을 결국 받고 사망했다.


위고비 품귀현상이 이어지며 온라인에서 위고비가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대한당뇨병학회 “단순 미용 목적 약물 아냐… 보건당국 감시 필요”
위고비 오남용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명확한 의학적 필요가 없을 때 인크레틴 기반 약물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하며, 약제의 안전한 유통과 처방을 위해 보건 당국의 엄격한 관리 및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31일 발표했다. 학회는 정상 체중군의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개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까지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학회 측은 “비만 치료는 단순한 미용 목적의 체중 감소가 아닌, 동반된 대사질환과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인크레틴 기반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들은 반드시 관련 전문가의 진단과 평가를 거친 후 처방돼야 하며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대사질환 상태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반드시 의료진에 의한 효과 및 부작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부가 비만 치료의 올바른 접근법과 약제의 적절한 사용법을 대중에게 교육하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게 학회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