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박테리아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 발견됐다. 박테리아 면역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밝힌 연구로 추후 유전자 교정 기술에도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현호 중앙대 약대 교수팀은 박테리아가 자신의 면역 체계인 크리스퍼-카스(CRISPR-Cas)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절하고 면역 시스템을 회복하는 새로운 기작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애시즈 리서치' 8월 26일자에 발표됐다.
흔히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카스는 박테리아가 자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기억하고 있다가 유사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제거하는 방어 시스템이다.
반대로 바이러스는 크리스퍼-카스를 억제하는 다양한 항-크리스퍼(Anti-CRISPR) 단백질을 가지고 있어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며 진화했다. 이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방어체계가 있을 것으로 추청됐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것은 없었다.
박 교수팀은 박테리아의 Ace 단백질이 항-크리스퍼 단백질 발현을 저해하는 전사인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사인자는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단백질을 말한다. Aca 단백질은 항-크리스퍼 유전자의 발현을 막아 크리스퍼-카스를 정상 작동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 교수팀은 Aca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통해 이 단백질이 특정 프로모터에 결합해 바이러스의 무기가 되는 단백질 유전자 발현을 저해하는 방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시스템에 대항하는 박테리아의 또 다른 생존 전략을 규명한 연구"라며 "인간 유전자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크리스퍼-카스의 정교한 조절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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