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나 당뇨환자에서 발생하는 망막병증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손실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등 적은 용량으로도 치료 효율이 높다. 안약 형태로 간편하게 치료 물질을 투여할 수 있어 환자 편의성도 높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강병헌 생명과학과 교수와 박동호 경북대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이 망막 안에서 산소부족으로 발생하는 허혈성 망막병증인 미숙아망막병증과 당뇨망막병증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치료제는 질병의 근원적 원인인 미토콘드리아의 성질 변형을 차단하는 기술을 활용했다.
망막질환은 망막조직의 부족한 산소공급으로 혈관을 생성하는 인자가 과하게 만들어지면서 망막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이 원인이다.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을 늦출 수 있지만 혈관을 되돌리는 것은 어렵다.
망막병증이 발생한 세포조직에는 TRAP1 이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TRAP1을 억제하면 망막병증을 개선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들은 치료 효과가 우수하지만 한정적인 대상만 치료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어렵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눈에 주사도 맞아야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물질은 미토콘드리아를 조절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전사인자 DNA의 특정부위에 결합해 유전자의 발현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단백질인 히프원알파(HIF1α)를 조절한다.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유전자의 발현을 근본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생체투과력을 높인 점안 형태의 약물 개발로 여러 대상에게 적용 가능하며 편리한 사용성까지 갖췄다.
연구팀은 “산소부족으로 활성화되는 히프원알파와 미토콘드리아를 표적해 제어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다”며 “기존 치료제가 질병의 진행을 막는 수준이었다면 개발된 물질은 혈관생성인자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려 혈관의 정상화까지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수한 활성과 편리한 사용성을 모두 확보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치료 물질은 UNIST 교원창업기업인 스마틴바이오에서 개발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1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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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기자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