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노화의 징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한 다리로 서기'시간이다. 50세 이상의 중노년층이 한 다리로 서서 10초도 못 버틴다면 근력과 균형감각에 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상 성인은 한 다리로 30초 이상 서서 버틸 수 있어야 건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노화의 징후를 엿볼 수 있는 지표로는 보행(속도 및 자세), 손아귀 힘(악력), 다리 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다리의 힘을 나타내는 '한 다리로 서기’ 능력은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과 신경근육의 노화를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신체지표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샌호르헤대 베아트리스 카르팔로 포르카르 교수(물리치료학)는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 다리로 서 있는 능력은 전반적인 건강과 장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신체지표"라고 말했다.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연구 결과(2022년)를 보면 50세 이상 성인 중 '한 다리로 서기' 자세를 10초 이상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약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51~75세 1702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한 다리로 10초 이상 서 있지 못한 사람은 약 7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린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 결과(2024년 10월)에서도 ‘한 다리로 서기’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연구팀은 한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특히 힘이 더 없는 다리의 균형력)은 나이와 함께 점차 떨어지며 신경근육 노화의 가장 좋은 지표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50세 이상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한 다리나 두 다리로 30초 동안 설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몸의 균형 강화엔…한 다리로 서기, 직선 걷기, 울퉁불퉁한 길 걷기 등이 좋아
포르카르 교수는 "많은 사람이 몸의 균형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그 중요성은 단순히 몸을 세우는 것을 훌쩍 뛰어넘는다"며 "집에서 누구나 테스트할 수 있는 편리한 건강장수 검사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균형 감각 및 능력은 인생의 10년마다 크게 변한다"고 덧붙였다. 종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근육량은 30세부터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며, 10년마다 8%까지 감소한다. 60세가 넘으면 근육량 감소에 가속도가 붙는다.
그렇다면 꼿꼿한 직립 자세를 어떻게 하면 유지할 수 있을까?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뇌는 신체 위치와 공간 내 방향에 대한 정보를 받아야 한다.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근육을 적절히 수축해야 하며, 넘어지지 않게 근육을 조정해야 한다. 작은 변화에 빨리 반응할 수 있는 건강한 신경계가 필요하다. 균형은 여러 시스템에 의존한다. 눈은 위치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귀의 내이는 머리 위치의 변화를 감지하고 눈의 시각 신호를 보완해준다. 자세 감각 시스템은 팔다리의 위치를 알려주며, 관절 위치, 발바닥의 체중 분배, 근육 긴장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모든 시스템은 몸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하며, 뇌는 이를 바탕으로 자동 반응을 일으켜 불균형을 바로잡는다.
근육량, 30세부터 10년마다 8%까지 감소… 60세 넘으면 근육량 감소에 가속도 붙어
노인은 특히 근력운동(근육강화운동)을 강화하는 운동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근력과 균형 및 조정 능력이 떨어지면 낙상 및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모든 시스템은 노화 과정에서 퇴화되며 이에 따라 균형유지 능력이 점차 떨어진다. 비만, 심장병, 고혈압, 제2형당뇨병 등도 균형 감각과 능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신체의 균형을 강화하는 방법으로는 한 다리로 서기 운동, 직선으로 걷기 운동, 표면이 울퉁불퉁한 길에서 걷거나 서기 등을 꼽을 수 있다. 근력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요가나 태극권은 안정성과 협응력을 높여준다. 신체적 건강의 유지도 '용불용설' 이론에 따라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운동 부족과 신체적 자극이 부족하면 근력, 유연성, 균형감각이 뚝 떨어지게 마련이다. 꾸준한 운동은 이런 능력을 유지하고 신체적 퇴화를 예방하는 데 필수적이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안정성이 높아지고, 넘어질 위험이 낮아지고,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