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국내 연구진이 췌장암의 특성을 분자 단위에서 규명했다. 암의 악성도를 높이는 암세포 유형과 종양 미세환경의 변화를 밝혔다. 새로운 췌장암 치료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종균, 박주경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세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분자암‘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췌장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전이도 빠른데 치료 내성까지 잘 생긴다. 이러한 특성으로 다양한 암 중에서도 생존율이 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췌장암이 진화 및 전이하는 방식을 규명하고 면역 억제 미세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을 밝혔다. 췌장암 세포가 빨리 자라고 전이가 잘 발생하는 이유와 함께 치료 과정에서 치료에 불응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양상을 분자 수준에서 살폈다.
조사는 췌장암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1세로 13명(62%)이 여성이다. 췌장암 3기가 6명(29%), 4기가 15명(71%)이었다. 4기 환자 15명 중 13명은 간으로 전이됐다. 2명은 간이 아닌 뼈나 림프절로 전이됐다.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9.7개월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내시경 초음파 유도하 세침조직검사(EUS-FNB)로 이들 환자의 조직을 획득해 21개의 원발성 췌장암 조직과 표본, 7개의 간 전이 표본을 대상으로 단일 세포 전사체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췌장암의 핵심 특징을 지목했다. 췌장암의 세부 유형에서 기본형과 기저형 모두 상피-중간엽전이(EMT)가 활성화돼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전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관련 유전자 역시 세부 유형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유전자의 증폭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기본형에서는 ‘ETV1’이라는 유전자가 더 잘 관찰됐으며 기저형에서는 ‘KRAS’란 유전자가 더 자주 관찰됐다. 둘 모두 암세포의 빠른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저형의 경우 췌장암의 여러 유형 중에서도 악성도가 높다. 이러한 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22%만 되어도 예후를 더욱 나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단축시키는 데 기저형이 암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결정적이라는 점도 이번에 밝혀졌다.
분석 결과 기본형 56%, 기저형 36%이었던 환자는 항암제 투여에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고 5.3개월 때 사망했다. 반대로 기저형 없이 정상형과 기본형으로 조직이 구성됐던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아 45.6개월이 지난 연구 종료시점에도 생존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췌장암의 또 다른 특징은 췌장암 진화 과정에서 종양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면역억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췌장의 인접 장기이자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간에 전이되면 면역 억제 특성을 가진 염증 세포 집단이 다른 부위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이시 면역세포들이 억제됨으로써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게 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암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원리다. 이러한 억제 환경을 형성하는 것도 췌장암의 세포에서 기저형 비율의 증가에 비례한다는 것도 함께 드러났다.
연구를 주도한 박주경 교수는 “췌장암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이해를 보다 정확히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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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기자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