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등장한 지 5년이 지났다. 과학자들은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장기후유증 메커니즘 등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우려했다.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12월 4일 일본에서 열린 '팬데믹(대유행) 예방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행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전세계에서 2000만명 이상의 사망자, 16조 달러(약 2경3483조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3년 5월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상황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종식 선언이 이어졌다.
하지만 2024년 10월 기준 전세계에서 매주 최소 1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있다. 이 중 75%는 미국에서 발생한 사망자다. 이는 WHO에 사망자를 보고하는 34개국 데이터에만 의존한 수치로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17개국 140명의 연구자와 보건당국 담당자가 모여 코로나19의 기원부터 바이러스의 변이 패턴, 새로운 치료법, 백신 전략 등을 논의했다.
윤롱 카오 중국 북경대 교수는 회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빨라 새로운 변종이 지속적으로 재감염을 일으켜 백신이 효과를 빠르게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오 교수팀은 "바이러스 진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어떤 항체가 그 힘을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카오 교수팀은 최근 'SA55'라는 항체를 발견해 최소 2년간 어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이 진화하더라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제약회사인 시노백 바이오테크는 SA55가 함유된 비강 스프레이를 바이러스 예방제로 활용하는 대규모 3상 효능 연구를 계획 중이다.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를 일으키며 복제 능력을 유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진화 지도'를 만들고 있다. 개발 중인 AI 모델이 잠재적 변종을 막고 백신 설계를 안내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밍크, 돼지, 소, 개, 낙타, 박쥐에서 발견된 9가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개발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특히 코로나19의 정확한 근원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쟁이 이뤄졌다. 우한 육류 시장에서 시작됐다는 주장과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두 주장 모두 확실한 증거를 마련하지 못했다.
대유행이 시작된 중국에서는 약 20명의 과학자가 참석했지만 가장 핵심 연구자로 꼽히는 중국 광저우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시 정리와 가오 푸가 불참했다. 회의 주최자인 일본 도쿄대 바이러스학자 케이 사토는 "중국 정부가 두 사람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WHO의 전염병학자 마리아 밴커코프는 "바이러스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과 2월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담긴 중국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WHO가 접근할 수 없었다"며 "우리가 접근하지 못한 데이터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 이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장기후유증인 '롱코비드(Long COVID)'의 원인과 치료·예방법에 대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사이언스는 "대유행 기원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대부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밴커코프는 "사람들이 마치 대유행이 일어난 적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전세계가 신종 병원체에 대한 경계를 늦추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