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2021.05.09 06:00
사이언스 제공
인간의 염색체는 총 23쌍(46개)이고, 이 가운데 마지막 23번째 쌍은 여성과 남성, 즉 성별을 구분하는 성염색체다. 여성은 X 염색체 2개가 한 쌍을 이룬 XX를, 남성은 X와 Y 염색체가 1개씩 쌍을 이룬 XY를 갖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유일한 차이는 남성의 성염색체에 있는 Y 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라는 성별 결정 규칙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에 적용된다. 그런데 1967년 국제학술지 ‘세포유전학 및 게놈연구’에는 들쥐(creeping vole)의 염색체를 분석한 결과 자손에서 Y 염색체가 사라졌다는 연구가 처음 실렸다.
수컷의 성세포에서 두 종류가 확인됐는데, 하나는 Y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하나는 X도, Y도 없어 성별이 아예 없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수컷의 정자에는 남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이 들쥐는 어떻게 수컷과 암컷을 구분하는 것일까.
50년이 넘도록 이 들쥐가 XY 염색체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도 어떻게 성 정체성을 획득하는지는 미스터리였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일자에는 들쥐의 성 염색체를 분석해 들쥐가 어떻게 성 정체성을 획득하는지 찾아낸 연구가 공개됐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브리검여성병원 등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Y 염색체가 없는 상태에서 들쥐의 성별은 2종의 X 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진은 이를 Xm, Xp라고 부르는데, 이들 X 염색체에는 Y 염색체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X 염색체이지만 사실상 X-Y 하이브리드 염색체인 셈이다.
Y 염색체에서 유래한 유전자들은 X-Y 하이브리드 염색체를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Xm). 반면 Xp 염색체에는 Y 염색체에서 유래한 유전자들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발현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그 증거로 들쥐의 암컷에서 Y 염색체에서 기원한 유전자가 최소 2개가 발현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학계에서는 이 들쥐의 사례를 들어 Y 염색체가 서서히 퇴화해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Y 염색체 퇴화설도 제기됐다. 2006년 국제학술지 ‘셀’에는 1000만 년 뒤에는 사람의 Y 염색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실렸는데, Y 염색체의 유전자가 100만 년에 3~6개 없어지므로 500만~1000만 년 뒤에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들쥐도 X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하지만 수컷이 계속 태어나는 것처럼 인류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유전자 수준에서 Y 염색체의 기능을 연구한 호주 과학자들은 Y 염색체가 성 정체성 확립에 필요한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상염색체의 기능도 일부 수행한다며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Y 염색체는 현재 퇴화를 멈춘 상태로 2500만~1000만 년 전 Y 염색체에서 사라진 유전자는 1개뿐이다.
이번 연구에 대해 연구진은 논문에서 “포유류에서 성염색체 사이에 전환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퍼즐 조각을 제공했다”며 “성염색체 진화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태그 뉴스
역사상 가장 정밀한 X염색체 '지도' 나왔다
역사상 가장 정밀한 X염색체 '지도' 나왔다
인간의 성염색체 중 하나인 X염색체의 전체 염기서열을 빠진 부분 없이 거의 정확히 해독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기존에도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차세대염기서열해독(NGS) 기술을 이용해 비교적 자세한 염색체 염기서열을 해독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일종의 ‘표준’으로 지정해 연구와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었지만, 기술의 한계로 서열을 읽지 못한 '블랙박스' 구간이 있어 완벽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역사상 가장 완벽한 염색체 염기서열을 밝혀내면서 게놈(유전체. 생명체가 지닌 염기서열 전체) 정보를...
태아 성별 결정하는 메커니즘 밝혔다
태아 성별 결정하는 메커니즘 밝혔다
흔히 인간의 성별은 XX염색체(여자)와 XY염색체(남자)의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호주 연구팀은 성별 결정이 단순히 성염색체의 종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정크 DNA’로 여겨졌던 유전자 바깥의 증강인자(enhancer·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DNA 염기서열)의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고환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Y염색체에 존재하는 ‘SRY(Sex-determining Region Y)’유전자가 필요한데, 이 유전자는 ‘SOX9’라고 불리는 조절...
태그
관련기사
- 남성의 상징, Y 염색체가 사라진다?
- 스페이스X 유인우주선 4명 싣고 53년만에 야간 착수 성공…NASA 유인비행 최장기록
- 화이자 백신 한 번 맞으면 변이 못 막는다
- 중국 우주정거장 실어나른 로켓, 8~12일 '통제불능' 상태서 지구로 떨어진다
- 영재학교·과학고 출신 의대·치대·한의대·약대 진학 원천 금지법안 발의
- 이현경 기자uneasy75@donga.com
'현대 창조론 연구 자료실 > 창조론 연구를 위한 과학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빨갛게 물든 하늘’ 민주콩고 화산폭발로 3500여명 피신 (0) | 2021.05.24 |
---|---|
여왕벌 말고 “여왕 두더지쥐” (0) | 2021.05.21 |
1000년 전 ‘똥’이 지금 ‘똥’보다 훌륭…장내미생물 38% 사라져 (0) | 2021.05.21 |
광합성 원리의 재발견… 햇빛 이용해 수소-알코올 만든다 (0) | 2021.05.20 |
중국 화성 탐사 로버 착륙 성공…미·중 우주개발 경쟁 구도 굳어진다 (0) | 202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