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잘린 개구리 18개월만에 기능 회복해
미국 과학자들이 염증을 억제하고 근육의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개발해 팔과 다리가 잘린 개구리의 사지를 재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젤로 만들어 잘린 부위에 발랐더니 하루 뒤 개구리의 파괴된 조직도 재생되고 몇 개월 뒤엔 물 속에서 헤엄도 칠 정도로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하버드대 비스연구소 마이클 레빈 교수(터프츠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피부조직을 보호하면서 재생효과가 있는 물질인 '바이오돔'을 개발해 사지가 잘린 개구리의 조직을 재생하는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27일 공개했다.
도룡뇽이나 불가사리 등 일부 생물들은 사지를 다시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편형동물 같은 동물은 몸이 둘로 잘려도 살아 남을 수 있다. 인간의 경우에도 몸에 상처가 생길 경우 새로운 조직을 성장시켜 상처를 회복시키고, 간의 경우 50%가 사라져도 다시금 재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팔이나 다리처럼 크고 구조적으로 복잡한 경우, 자연적인 재생 과정을 통해 회복되지 않는다. 재생보다는 상처가 아무는 방향으로 자연적 치유가 진행된다. 과학자들은 일부 생물들의 신체 재생능력을 당뇨병부터 외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유로 사지를 잃은 환자들에 적용해 재생의학을 실현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연구팀은 신체 재생능력을 가진 동물들이 대부분 수중 환경에 산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사지를 상실한 후 첫 재생 과정으로 줄기세포 덩어리가 형성된다는 점과 해당 줄기 세포를 24시간 이내에 피부조직으로 덮어 보호한다는 점도 고려해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바이오돔’이라는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염증을 억제하고 근육의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는 등의 5가지 약물로 구성돼 있다. 연구팀은 “바이오돔을 사용하면 신체 재생이 일어나는 환경을 모방하는데 도움이 되며 적절한 약물과 함께 흉터 조직의 간섭없이 재생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구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개구리의 사지를 절단하고 바이오돔으로 하룻동안 둘러싼 다음 재생이 일어나는 지 관찰했다. 그 결과 24시간 치료 후 사지의 재생과정이 시작돼 18개월 만에 완벽하게 사지가 재생됐다. 연구팀은 “기존과 동일한 뼈 구조와 뉴런을 포함한 내부 조직의 재생이 진행됐다”며 “다시 자란 사지는 자극에 따라서 움직이고 반응했으며 개구리는 물갈퀴가 달린 발가락으로 일반 개구리처럼 물 속에서 헤엄도 쳤다”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사지를 재생시키는데 여러 달에 걸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없다”며 “바이오돔을 사용하면 배아처럼 알아서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다. 포유류에 바이오돔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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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원 기자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