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12.02 17:20 수정 2021.12.02 17:35 지면 A22
'국부 셋 나온다'던 솥바위 품은 부자마을…세 개의 별을 낳다
이병철·구인회·조홍제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된 지수초교는 기업가의 성지
물길 막힌 배산임수 지형 덕에 '富의 기운' 응집…100대 재벌 중 30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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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GS그룹의 창업주 허준구 회장의 생가가 있는 진주 승산마을 전경.
삼성·금성·효성 창업주의 태를 묻은 곳

승산마을에는 대기업 회장 생가만 12채가 있다.
재계 총수들의 어린 시절 흔적이 남아 있는 승산마을은 868가구 1800여 명이 살고 있는 한적한 곳이다. 김해 허씨가 먼저 자리 잡은 뒤 300년 전부터 능성 구씨가 이주해 삶의 터전을 일궜다고 한다. 구 회장의 생가를 비롯해 구자원 LIG 회장 생가,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생가가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150여 채의 기와집이 있었는데 현재는 50여 채만 남아 있다. 대부분 그룹에서 관리하는 집이라 안을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승산마을에 응집된 풍요의 기운을 받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마을의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허씨들의 제사 공간인 허연정이 보인다. 허연정의 연못은 여름이면 연꽃이 화사해 ‘연당’이라 불리지만 지금은 늦가을이라 낙엽만이 수북하다. 허연정을 돌아 나와 왼쪽으로 몇 걸음 옮기면 이병철 회장 누나의 집이 나온다. 이 회장이 승산마을로 시집온 누이의 집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사용했던 우물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승산마을의 길은 낮은 돌담으로 이어져 있다. 돌담길 남쪽에는 구 회장 생가가, 북쪽에는 구 회장의 처가인 허선구의 고가(古家)가 나온다. 허선구는 일신고녀(진주여고의 전신) 설립에 참여했으며 중외일보를 경영한 인물이다. 지방문화재이기도 한 허선구의 고가는 아들 허만식이 1914년 지은 집으로, 지금까지 후손들이 관리해 오고 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GS 창업주 허준구 회장 아들인 허창수 현 회장 생가, 알토전기 허승효 회장 생가, 삼양통상 허정구 전 회장 생가 등 일일이 이름을 열거하기도 벅찬 대기업 회장들의 생가가 12채나 들어서 있다.
부자 기운 듬뿍…횡룡입수형 명당 마을
한국의 부자를 배출한 승산마을은 어떤 특별한 기운이 흐르고 있을까. 풍수전문가들은 승산마을을 풍수지리로 보면 가로로 길게 누운 용처럼 생긴 산(방어산)이 개천(남강) 앞에서 우뚝 멈춰선 모양인 횡룡입수(橫龍入首)형이어서 마을에 금전운이 흐른다고 했다.명당으로 손꼽히는 횡룡입수형 지형이 많은데 유독 승산마을이 3대를 넘어 대대손손 번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해 허씨와 능성 구씨가 혼인으로 연결돼 서로 화합하고 정을 나눴던 것이 후손에게도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승산마을 건너편에 있는 지수초등학교는 이병철·구인회·조홍제 창업주의 어린 시절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매형인 허순구 씨 댁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살았다. 지수초등학교 동창인 세 명이 동업할 때 세 별이 모였다고 해서 회사 이름을 삼성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다. 1980년대까지 지수초등학교 출신 중 30명이 한국의 100대 재벌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진주=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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