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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do감] 숲에서 '벌레 농사' 짓는 큰거문고새

heojohn 2025. 3. 8. 22:41

2025.03.07 17:45

 
파헤친 흙바닥 위에 서 있는 큰거문고새. 큰거문고새는 호주 고유종이자 국조(國鳥)로 호주 10센트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꼬리가 현악기를 닮아 거문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의 모든 소리를 흉내낼 수 있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Alex Maisey 제공

 

호주의 고유종인 큰거문고새(금조, 학명 Menura novaehollandiae)는 자동차 경보기, 전기톱 등 거의 모든 소리를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큰거문고새가 숲의 땅바닥을 일부러 파헤쳐 먹이가 되는 곤충이 번성하도록 돕는 '벌레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알렉스 메이시 호주 라트로브대 식물·동물과학과 연구원팀은 큰거문고새가 숲 바닥을 파헤쳐 먹이인 곤충과 지네, 거미 등 무척추동물이 번성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동물 생태학 저널'에 공개했다.


호주 남부에 사는 큰거문고새는 호주 고유종이자 국조(國鳥)로 호주 10센트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꼬리가 현악기를 닮아 거문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의 모든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https://youtu.be/11pQ4hIYfLs?si=5saHgDBdr152xHbF

 
거문고새가 바닥을 파헤치고 있는 모습. 호주 라트로브대 연구팀은 거문고새가 숲 바닥을 파헤쳐 지네, 거미 등 먹이가 되는 무척추동물이 번성하기 이상적인 조건을 만드는 '농사'를 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Maisey et al.(2025)/Journal of Animal Ecology 제공

 

나뭇가지를 모아 댐을 짓는 비버처럼 '생태계 엔지니어' 역할을 하는 동물들은 서식지를 변화시켜 이득을 취하거나 다른 생물종에 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3년에 걸쳐 큰거문고새가 숲 바닥을 발로 긁어 흙을 뒤엎는 행동을 관찰하고 이런 활동이 큰거문고새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숲속에 울타리를 쳐 세 구역으로 나누고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구역은 대조군으로 큰거문고새나 인간의 개입이 없었다. 두 번째 구역은 큰거문고새 없이 땅만 파헤쳤고 세 번째 구역은 땅을 파헤친 뒤 큰거문고새가 접근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흙을 파헤친 구역에서는 대조군보다 곤충 등 무척추동물의 개체수와 다양성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구역에서는 큰거문고새의 포식 활동으로 생물량과 다양성이 적었다. 연구팀은 "큰거문고새가 토양층을 뒤집고 공기가 통하도록 한 행동이 무척추동물의 생물량과 다양성을 증가시켜 보상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큰거문고새. Alex Maisey 제공

 

큰거문고새의 먹이 활동은 호주 산림에서 수백만 헥타르(ha)에 걸쳐 이뤄진다. 연구팀은 "큰거문고새의 농사 규모는 인간이 아닌 척추동물에서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큰거문고새들은 해마다 평균 155톤의 흙과 잔해물을 이동시켰다.


큰거문고새의 활동은 화재 발생 시 땔감으로 작용하는 나뭇잎, 나뭇가지를 흙 속에 묻어 산불 강도를 낮추는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큰거문고새가 없다면 숲의 생물 다양성과 화재 회복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큰거문고새 같은 생태계 엔지니어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것은 숲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11/1365-2656.7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