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메디칼럼] 요산 높으면 통풍? 심혈관도 아프다

heojohn 2025. 5. 10. 10:38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님의 스토리

 


계단을 오르던 한 남성이 가슴에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통풍 있어서 이제 맥주 많이 못 마셔.”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혈중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생긴 요산염 결정이 관절에 쌓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주로 약물로 치료하면서 요산 수치를 올리는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는 요법을 병행한다. 요산은 퓨린이 체내에서 분해되며 만들어지는 최종 산물인데, 퓨린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곱창과 같은 동물의 내장,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생선, 그리고 맥주가 있다. 고퓨린 음식을 많이 먹어 요산 유입이 많아지거나 체외로 요산 배출이 잘되지 않으면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지속되면 통풍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고요산혈증은 통풍 이외에도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대사성질환 그리고 고혈압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인자로 알려져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혈액 내에 요산이 높은 농도로 떠다니면 혈관 내피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내피세포의 기능 저하에 영향을 준다. 평소 혈관의 내피세포는 혈관의 긴장성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혈관 수축제와 혈관 이완제를 상황에 따라 분비한다. 그런데 요산 수치가 높게 지속해 혈관 내피세포에 염증반응이 반복되면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이것은 혈관의 긴장 항상성이 깨지게 만들어 심혈관질환(고혈압·관상동맥질환·뇌졸중·울혈성 심부전·심방세동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고혈압

혈액 중의 높은 요산 농도와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게다가 고혈압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중에서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은 사람들은 미래에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한편, 쥐 실험에서는 인위적으로 요산 농도를 높게 만든 경우 수축기 혈압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었고, 요산 수치 강하제를 투여한 이후에는 유의미하게 혈압이 내려가는 것도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이렇게 요산 수치를 변화시키며 혈압의 변화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연구는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들이 요산 강하제를 복용한 뒤에 혈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한다. 그러나 아직 사람의 경우에는 요산 수치를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혈압 강하가 관찰되는 연구가 많지 않아 요산 강하제가 혈압 조절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상동맥질환

관상동맥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으로 이것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키므로,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고 혈액이 원활히 흐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네덜란드에서 5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높은 혈청 요산 수치가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추적 관찰연구는 혈청 요산 수치가 1mg/dl씩 높아질 때마다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20%, 전반적인 사망률은 9%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진행된 어떤 연구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 중 요산 수치가 높은 그룹의 사망률이 요산 수치가 정상인 환자 그룹보다 높았다. 이러한 연구는 공통적으로 요산과 관상동맥질환의 관련성을 보여주는데, 높은 요산 수치로 인해 동맥 내피세포에 염증이 생기고 기능 부전으로 이어져 관상동맥의 플라크 형성이 가속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심방세동

심장을 구성하는 심방과 심실 중에서 우심방에는 심장 박동을 시작하는 전기 신호를 발생시키는 동방결절이 있다. 여기서 일정한 빈도로 제대로 된 전기 신호를 발생해야 심방과 심실이 연이어 수축하고, 혈액을 전신으로 내보낼 수 있다. 심방세동은 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심방이 수축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질환을 말한다. 심방이 정기적인 시간 간격에 맞게 수축하지 못하면 심방의 한 부분에서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심실은 불규칙적으로 뛴다. 이 과정에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심장 바깥으로 이동하여 뇌혈관에 막히면 뇌경색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심방세동 환자들은 상태에 따라 심박 수, 리듬 조절 약물, 항응고제 약물치료를 받는다. 주로 고령자, 오랫동안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던 고혈압 환자, 만성 음주자, 기저 심장질환자에서 발생하는데, 혈청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들에서 심방세동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요산 수치와 심방세동의 관계를 연구한 여러 논문을 종합해 분석한 연구에서, 혈청 요산 수치가 가장 높았던 환자 그룹이 요산 수치가 낮았던 그룹에 비해 심방세동 위험이 크다는 연관성을 보였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경향신문

 

콩팥돌증

신장결석은 구성 성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요산결석은 산성화된 소변에 요산이 과다하게 유입돼 요산이 잘 녹지 않으며 결정체를 만들면서 생긴다.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들에게서 콩팥돌증이 발견되는 수가 많았음을 보여주었다. 소변이 산성화된 상태에서는 요산결석이 더 쉽게 생기는데,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이가 이것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서 산성 물질이 과다하게 생성되고, 이것이 신장으로 유입돼 소변의 pH를 낮추며 소변을 산성화시킨다. 동물성 단백질의 대표적인 예인 붉은 고기는 고퓨린 음식으로 고기 섭취량이 많아지면 체내 요산 수치도 상승하므로 요산결석이 생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이처럼 혈중 요산 농도와 다양한 질환 사이의 관련성은 잘 알려졌지만, 어느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는지 선후 관계는 아직 논란이 있다. 그러나 장기간의 고요산 상태의 지속은 체내 염증의 가속화와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 요산은 퓨린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제한함으로써 수치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노력으로 체내 염증 수준을 조절하고 혈관의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다. 더불어 음주 제한과 과도한 열량 섭취 자제, 체중 관리로 요산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