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UCL·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병원 시행…6개월째 재발 안해
기존 치료법이 듣지 않는 T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소아 환자에게 처음으로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유전자 치료법이 시행됐다. 치료를 받은 환자는 반년째 질환이 재발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치료가 어려워진 소아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GOSH) 의료진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T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앓던 13세 소녀 ‘알리사’에게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염기 편집 치료를 실시했다.
T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면역기능에 관여하는 세포 T림프구가 백혈병세포로 감염되는 질환이다. 림프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림프종, 간 비대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증상이 발현된다.
이 환아는 치료를 위해 항암화학요법과 골수이식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염기 편집’을 통해 치료를 시도하기로 했다.
염기 편집은 염기 하나만을 바꾸는 유전자가위 기술이다. DNA 가닥을 절단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달리 DNA에 손상을 주지 않아 염색체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줄 위험성이 낮다.
염기 편집을 의뢰받은 UCL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에게 기증받은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세포)를 백혈병에 감염된 다른 T세포를 공격하도록 편집했다.
염기 편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편집된 CAR-T세포들이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CAR-T 세포를 식별하는 마커 유전자인 ‘CD7’와 ‘CD52’를 제거해 문제를 해결했다.
환아는 염기 편집 T세포를 받고 28일 만에 백혈병 관해를 보였다. 2차 골수이식까지 받은 환아는 현재 6개월째 관해를 유지 중이다. 관해는 암치료 후 검사에서 암이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번 치료에서 염기 편집에 참여한 와심 콰심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연구실의 첨단 기술과 병원에서의 환자 치료를 연결지은 탁월한 사례”라며 “가장 정교한 세포공학은 아픈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카심 교수는 오는 13일까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 혈액학회 연례회의에서 자세한 치료의 과정과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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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기자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