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별까지 거리 약 280억광년…초기우주 별 연구 기대
우주가 생겨나고 약 9억 년 뒤 한 항성이 발한 빛이 130억년이 지나 지구에 도달했다. 그동안 이 항성과 지구 사이 거리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280억광년까지 벌어졌다. 지구에서 관측한 항성으로는 역대 가장 먼 거리로 기록됐다. 연구팀은 이번 관측과 추후 연구를 통해 우주초기 만들어진 항성의 특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물리천문학과,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연구소 등 9개국 공동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우주 형성 9억 년 뒤 항성이 방출한 빛을 관측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30일자에 발표했다. 현재 이 항성은 지구로부터 약 280억광년 떨어진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외 스페인, 이스라엘, 브라질, 일본, 독일, 스웨덴, 덴마크, 호주의 연구팀이 참여했다.
연구팀이 매우 먼 거리의 항성을 관측할 수 있었던 것은 ‘중력렌즈 효과’ 덕분이었다. 대부분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항성은 우리은하에 있는 것들이다. 첨단 우주망원경을 활용한다 해도 우리은하와 가까운 은하에 있는 항성 정도만 관측할 수 있다. 항성은 은하나 성단보다 빛의 밝기가 훨씬 약한 탓이다.
다만 매우 멀리 있는 항성도 그와 지구 사이에 질량이 큰 물체가 있다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질량은 공간을 구부리는 속성이 있어서 빛의 경로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구와 지구에서 매우 멀리에 있는 항성 사이에 질량이 매우 큰 물체가 있다면, 항성이 발한 여러 갈래의 빛이 방향을 바꿔 한 지점으로 모일 수 있다. 빛이 한 지점으로 모이면 더 밝아져 관측할 가능성도 커진다. 만약 초점이 맞춰진 지점이 지구라면 매우 멀리 떨어진 항성도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중력렌즈 효과라 부른다.
이처럼 우연에 우연이 겹쳐 한 항성이 관측됐다. 이 항성은 ‘WHL0137-08’라는 이름의 성단에 포함돼 있었다. 항성이 발한 빛은 우연히 중력렌즈 효과를 통해 수천배 밝아진 상태로 지구에서 관측됐다. 지구 저궤도에 떠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은 9시간 동안 이 빛을 관측했다.
연구팀은 이 항성에 ‘새벽 별’ 또는 ‘떠오르는 빛’을 뜻하는 어렌델(Earendel)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연구팀이 어렌델을 분석한 결과, 태양보다 50~500배 무겁고, 수백만배 밝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구에서 관측된 빛은 빅뱅에 의해 우주가 탄생하고 약 9억년이 지난 시점에 어렌델에서 방출됐다. 현재 우주 나이(약138억년)의 6%에 불과한 시점으로, 어렌델은 우주 초기의 생성된 항성인 셈이다. 어렌델을 통해 우주 초기의 항성에 대한 연구가 가능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번에 관측한 빛이 어렌델에서 방출될 당시, 우리은하와 어렌델의 거리는 약 40억광년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우리은하와 어렌델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우주는 약 138억년 전 탄생했지만 우주초기에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현재 138억광년보다 훨씬 큰 크기를 갖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그 크기를 명확히 가늠하지 못하지만, 이론상 지구에서는 약 465억광년 떨어진 천체도 관측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렌델에서 우리은하를 향해 출발한 빛도 우주가 팽창하며 지구까지와 거리가 점점 멀어져 130억광년만에 지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재 어렌델과 지구는 280억광년까지 벌어진 상태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통해 어렌델을 다시 한번 관측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을 잇는 차세대 망원경이다. 지난해 12월 발사돼 현재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L2 지점에 안착한 상태로,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측으로부터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사용 허가를 받았다.
수네 토프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보어연구소 교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어렌델이 하나의 항성인지 아니면 아주 가까운 거리의 두 개 항성인지, 어떤 유형의 별인지, 어떤 화학성분으로 구성됐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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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준 기자bi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