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kakaocdn.net/dn/cNltAZ/btsyuIkU78N/7otEfB3X4r6N2prgclQhV1/img.png)
역대 최대 규모의 인간 '뇌 세포 맵'이 탄생했다. 인간 뇌가 작동하는 비밀을 뇌 세포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2일(현지시간) 같은 계열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사이언스 중개의학’ 등에 21편의 뇌 관련 연구 논문을 대거 공개했다. 45개 연구기관, 258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연구결과다. 이들은 3000개 이상의 인간 뇌 세포 유형을 분류했고 뇌 세포 수준에서 인간 및 영장류의 뇌를 구별하는 특징을 규명했다.
● 분자생물학 기술 적용한 뇌 세포 지도 만들어
사이언스가 이번에 대거 공개한 논문들은 지난 2017년 시작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뇌 연구 프로그램(BICCN)의 결과물이다. 45개 기관 258명의 과학자가 BICCN에 참여해 인간 뇌의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 연구를 위해 최신 분자생물학 기술을 적용했다. 분자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유전자 구조와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쥐 등 실험동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분자생물학이 인간 뇌 세포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간 뇌 세포 지도 작성을 위한 핵심 연구는 킴벌리 실레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료센터 연구원, 양 리 미국 오하이오대 신경과학과 교수, 웨이 톈 소크생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들은 유전자 발현과 유전자 조절 구조를 토대로 인간 뇌 세포 지도의 초안을 만들었다.
뇌전증과 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성인 75명의 뇌 세포 변화를 분석한 넬슨 조핸슨 미국 앨런 뇌과학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뇌 세포의 개인 차이를 확인했다. 뇌 질환 관련 뇌 세포 유형을 분류할 때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니콜라스 조스타드 앨런 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성인 인간, 침팬지, 고릴라, 히말라야원숭이, 명주원숭이를 대상으로 단일 뇌 세포 수준에서 유전물질이 담긴 리보핵산 총합(단일 핵 전사체)을 분석해 인간과 영장류의 뇌 세포 조직 차이를 알아내고 침팬지의 뇌 신경세포는 인간보다 고릴라와 더 가깝다는 점을 밝혀냈다.
에멜리에 브라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원 연구팀은 인류가 처음 탄생했을 때 뇌 세포들의 복잡한 배열이 어떻게 확립됐는지를 연구한 결과 태초의 뇌 세포 배열이 임신 초기 태아의 뇌 세포 상태와 비슷함을 발견했다.
뇌 신경질환의 위험 요인 중 하나인 초년 시절 뇌 염증에 대한 연구결과도 이번에 소개됐다. 세스 아멘트 미국 메릴랜드의대 박사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초년 시절 뇌 염증이 주로 '푸르킨예' 신경세포와 '골지체' 신경세포 등 억제성 신경세포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 세포 수준 '뇌 연구' 시대 진입...2027년까지 뇌 지도 완성 목표
마티아 마로소 사이언스 시니어 에디터는 “BICCN이 발표한 이번 연구 논문들은 인간의 뇌에 대한 근본적인 과학적 질문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포 수준에서 인간 뇌를 연구할 수 있는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BICCN은 오는 2027년까지 진행되며 뇌 지도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컴퓨터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려면 컴퓨터가 어떤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 것처럼 뇌과학자들은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어떤 뇌 세포 유형으로 구성돼 있는지 식별해나가는 단계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뇌 세포 유형이 신경질환 등으로 이어지기 쉬운지, 인간의 뇌는 다른 종과 근본적으로 어떠한 차별점을 갖는지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뇌질환 극복을 위한 기반이 될 예정이다.
관련 태그 뉴스
-
뇌에 빔 프로젝터 쏴 만든 뇌 연결지도..."뇌 구조·기능 심층연구 가능"
국내 연구진이 빔 프로젝터로 쥐의 뇌에 빛을 쏴 대뇌 피질 활동을 조절하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 전체 영역을 스캔해 뇌 연결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뇌 질환 및 약물 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의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성기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최명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뉴런’에 게재했다고 31...
-
초파리의 완전한 '뇌 지도' 완성됐다
과학자들이 초파리 애벌레의 신경세포(뉴런)과 뉴런의 연결점인 시냅스를 전부 규명한 뇌 지도를 작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완성된 뇌 지도 중 가장 복잡한 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클 와인딩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 애벌레 뇌에 있는 3016개 뉴런과 54만8000개의 시냅스를 나타낸 뇌 지도(커넥톰)를 작성한 연구 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커넥톰은 한 개체의 신경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뉴런의 연결망을 나타낸 지도를 의미한다. 앞선 연구에선 지렁이나 거머리 등 뉴런의 개...
-
美 인간 '뇌 지도' 만드는 프로젝트에 5억 달러 투자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뇌 연구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인간의 두뇌세포 분포를 그린 ‘뇌 지도’를 만드는데 5억 달러(약 7047억원)를 투자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브레인 이니셔티브는 뇌 지도를 통해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의 이름은 ‘브레인 이니셔티브 셀 아틀라스 네트워크(BICAN)’라고 명명됐다. 존 응가이 브레인 이니셔티브 이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
-
식욕도, 감정도 조종 당하는, 당신은 후각의 노예
사람의 식욕을 관장하는 곳은 어디일까. 토르스텐 칸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파인버그의대 신경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8월 27일 후각이 먹는 행위를 조종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지에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배가 고플 때는 음식 냄새가 절반만 섞여 있어도 뇌가 쉽게 알아차리는 반면 배가 부르면 음식 냄새가 80% 이상 섞여 있어도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사람이 냄새를 느끼는 것은 코 점막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해 뇌에 전달하기 때문인데, 음식을 먹고 포만감이 들면 뇌의 후각 피질...
- 문세영 기자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