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에서 초기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대륙 이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초기 금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단서라고 분석이다.
알렉산더 에반스 미국 브라운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초기 금성에도 지구에서의 '판 구조론'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2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판 구조론은 지구 표면이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북미판 등 여러 개 판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으로 판이 이동하며 지진·화산 같은 지질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대륙판과 대륙판, 대륙판과 해양판이 수십억 년에 걸쳐 서로 충돌하거나 멀어지면서 새로운 대륙과 산맥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행성의 표면 온도를 안정화시키는 화학 작용이 일어나 지구상에 더 많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본다.
연구팀에 따르면 금성의 초기 표면 형태에 대한 증거는 현재까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금성의 표면은 매우 뜨거운데다 태양계 행성 중에서 대기층이 가장 두꺼다. 금성이 단 하나의 판으로만 이뤄져 있어 표면에서 대기중으로 방출되는 가스나 에너지 양이 매우 적다는 게 지금까지의 이론 중 하나였다.
에반스 교수 연구팀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성의 대기 데이터를 분석해 모델링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단일판 구조에선 현재 금성 대기층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질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어려우며 현재의 표면 압력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에서의 판 구조론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 판이 활동하며 발생하는 화산 분출에 의해 현재와 같은 금성 대기층이 생겼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금성의 대기가 행성 생성 초기인 약 45억~35억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난 판 이동의 결과로 형성됐으며, 판들이 최소 10억 년 전 활동을 멈추고 지금과 같은 단일판 형태로 변화됐다고 추정했다.
또 금성의 판 이동은 초기 지구와 동시간대에 발생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 1저자인 매트 웰러 박사후연구원은 "오늘날 지구 생명체의 생존을 가능케 한 판 활동과 같은 체계가 금성에도 동시에 존재했다"라며 초기 금성에 지구와 비슷한 형태의 미생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에반스 교수는 금성에서 거대한 판 구조 변화가 일어났음을 지적하며 "(지구처럼) 거주가능한 행성이 언제까지나 거주가능한 환경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향후 금성의 판 구조에 어떤 현상이 발생했고 , 왜 금성의 표면이 지금과 같은 뜨겁고 건조한 형태가 됐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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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건희 기자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