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코비드 원인과 치료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감염후 장기 후유증(롱코비드)의 원인을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BBC는 3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최장 2년여 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는 ‘롱코비드(장기 후유증)’ 증상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상당수 롱코비드를 겪고 있는 환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어렵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롱코비드는 중증이나 경증·무증상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 곤란, 지속적인 두통, 관절통은 서서히 사라지지만 피로감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 피로감뿐만 아니라 머리가 갑자기 멍해지는 ‘브레인포그’, 근육통, 소화 불량, 우울증, 탈모에 이르기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영국 국민들 중 40명에 1명은 최소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됐다. 롱코비드를 경험한 사람은 150만명에 달한다. 1년 이상 롱코비드가 지속되는 사람들도 6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후유증 추적 조사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유행 초창기와 델타 변이 유행 이후 후유증에 대한 연구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 감염 이후 장기 후유증에 관한 연구다.
과학자들은 롱코비드 증상의 원인으로 크게 4가지에 주목하고 있다. 혈전 및 작은 혈관 손상(미세 혈전), 면역체계의 교란, 코로나19 감염 지속, 신진 대사 장애다.
미세 혈전은 모세 혈관을 막는 작은 혈전이다. 동맥과 정맥이 혈액을 공급하는 고속도로라면 모세 혈관은 개별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신진대사에서 발생하는 노폐물도 제거하기 때문에 모세 혈관이 막히면 세포가 빠르게 손상될 수 있다.
미세 혈전은 격렬한 활동 후 며칠간 지속되는 피로감을 설명한다. 신진대사 노폐물이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않고 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브레인포그의 잠재적인 원인도 될 수 있다.
면역체계 교란의 경우 염증을 오랜 기간 유발할 수 있다. 염증은 신체의 면역 반응에 따른 정상적인 반응의 일종이지만 과도한 염증이 면역체계 교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생긴 항체가 인체 내 다른 조직이나 기관을 표적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감염 지속 현상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폐와 기도가 아닌 신체 다른 부분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체 내에서 미생물이 많은 장을 감염시켜 특별한 이유없이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신진대사 장애는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원인이다.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손상될 경우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져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브레인포그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롱코비드에 대한 치료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롱코비드의 원인을 이해하면 치료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염증 반응의 경우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증상에서 같은 방식으로 면역 반응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항히스타민제를 활용할 수 있다. 혈전 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혈액 희석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는 약물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지속의 경우 항바이러스제와 항체 연구가 가능성이 높은 치료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운동 요법을 취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공중보건국의 데이비드 스트레인 엑스터대 교수(롱코비드 TF 연구원)는 “일부에게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일부는 컨디션이 나빠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며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운동 회복하는 데 시간이 훨씬 오래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롱코비드를 겪고 있는 이들의 장기 예후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 근육통성 뇌척수염(ME)으로 불리는 만성 피로 증후군과 증상에서 유사점이 있지만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스트레인 교수는 “ME와 롱코비드의 원인은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십년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몇 년은 증상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롱코비드를 이해하고 장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서서히 벗어나겠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코로나19 감염 지속 환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롱코비드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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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기자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