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는 ‘미확인 비행물체(UFO)’의 존재 여부를 두고 청문회가 열렸다. 1969년 미 공군이 실시한 'UFO의 국가 안보영향 조사' 결과 발표 이후 53년만에 열린 이날 청문회에선 미 정부가 확인한 400건에 이르는 미확인 비행현상(UAP)이 보고됐다.
UAP는 현재 알려진 기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행 현상을 규정하는 말로 최근 미군이 UFO 대신 쓰는 말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UAP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기원이 외계인일 것이란 일부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과학자들이 UAP의 기원이 외계인일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카네기과학연구소의 우주생물학자 마이클 웡(Michael Wong)과 스튜어트 바틀릿(Stuart Bartlett)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연구원은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할 정도로 발달하는 문명은 우주 여행 기회를 잡기 전에 정체되거나 소멸될 가능성 있다는 가설을 지난 5월 4일 과학저널 ‘로열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연구논문으로 공개했다. 2명의 과학자는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발전한 문명은 과학기술 혁신을 에너지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계인 존재에 대한 의문은 193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 과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언급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우주에 태양과 같은 항성이 무수히 많다면 지구와 유사한 행성과 인류와 유사한 지적 생명체도 우주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야 한다며 외계의 지적 생명체 존재 여부를 두고 ‘모두 어디에 있는가’라고 물었던 ‘페르미의 역설’로 알려진 질문이다.
웡과 바틀릿은 발전된 문명이 균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성장을 거부하고 우주를 가로질러 확장하려는 문명의 능력을 희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시의 ‘초선형’ 성장에 관한 연구를 분석하며 이같은 가설을 제시했다. 도시의 초선형 성장 이론은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 도시의 규모와 에너지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필연적으로 위기 지점이 생기고 성장이 급속도로 멈추게 돼 결과적으로 문명이 붕괴된다는 이론이다.
이들은 “문명은 붕괴하거나 평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먼 곳에서 원격으로 문명을 찾아내기 어렵고 우리은하에서 문명이 관측된 적이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행성의 문명이 붕괴될 시점이 되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붕괴될 것이며 만에 하나 인류가 외계 문명을 감지한다면 붕괴가 임박한 문명일 것”이라며 “붕괴가 임박한 문명은 지나치게 지속불가능한 방식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붕괴를 모면하려는 문명은 항성계를 가로지르는 확장과 성장보다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환경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문명을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 탐사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지구와 접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로 우주 탐사가 확장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에 제시한 이론은 가설이며 과학계의 심도 깊은 토론과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양계와 다른 또다른 항성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접촉이 실질적으로 어려운 이유에 대한 연구도 최근 나왔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외계인을 확인하기 어려운 이유와 관련한 가설을 지난 4월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주의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문명을 이룬 지적 생명체가 보낸 신호가 다른 지적 생명체에 수신되기까지 약 40만년이 소요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인류가 우주를 관측하기 시작한 매우 짧은 기간보다 훨씬 긴 기간이어서 신호를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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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 기자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