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17 19:43
17일 정지훈 전남대 교수, 기상청 온라인 기상강좌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폭염경보가 내려진 도심의 모습. 열화상 이미지에서는 높은 온도는 붉은 색으로, 낮은 온도는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연합뉴스 제공
2018년 한국은 관측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경험했다. 3월에 5월 초를 연상케 하는 날씨가 이어지더니 5~7월에 전국에서 폭염주의보가 속출했다. 결국 8월 1일 서울이 39.6도를 기록했다. 1907년 서울에서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높은 역대 최고 기온 이었다. 동시에 여름철 산불도 증가했다. 2018년도 여름철 산불 발생 빈도가 직전 년도 대비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지훈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7일 '기후변화에 따른 동아시아 가뭄 및 폭염 증가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기상청 온라인 기상강좌에서 “2018년 폭염과 산불 발생이 늘어난 것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 설명했다.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 온난화가 토양의 수분을 앗아갔고, 수분이 없어진 토양의 온도가 높아지며 지면이 뜨거워져 폭염과 가뭄 현상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산불의 경우에도 토양이 말라가며 불이 크게 번질 가능성이 기존보다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 산불 증가 등이 국내에서 더 잦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 교수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 중 지표면에서 반사되지 않은 에너지인 순복사에너지가 지면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지면은 들어온 에너지를 다시금 빼내게 되는데, 그 방법에는 헌열과 잠열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열은 물의 증발 없이, 잠열은 물을 증발을 통해 에너지를 다시 방출하는 것을 뜻한다.
정 교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토지 속 수분이 사라지면, 잠열을 통한 에너지 방출 방법이 사라지게 되고 헌열만 남게 된다”며 “헌열만을 통한 에너지 방출은 결국 지표면의 기온을 높여 폭염과 가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지표면의 기온이 오르면 고기압이 발생하고, 고기압은 또 폭염을 지속시킨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지면과 대기의 상호작용은 폭염과 가뭄, 산불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지훈(오른쪽)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브리핑 캡쳐
정 교수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미 이 같은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유럽은 2003년과 2010년, 2018년 기록적인 대폭염을 경험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며 최근 몽골과 중국 북부 등 동아시아 내륙지역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 교수팀은 지난해 11월 및 미국, 중국, 일본 연구팀과 공동으로 동아시아 내륙 지역의 나무 나이테와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과 가뭄이 최근 20년 사이에 점점 잦아지고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상측정소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몽골과 주변지역의 7~8월 기온과 토양 습도 데이터수십 년치를 확보했다. 여기에 토양 수분에 민감한 나무와 폭염시 유독 잘 자라는 나무의 나이테 간격 데이터를 통해 과거의 토양 습도와 폭염 데이터를 복원하는 방법으로 1750년 이후 260여 년의 폭염과 토양 습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20년 전부터 폭염의 빈도가 극도로 잦아졌고, 같은 기간 토양의 습도 역시 전례 없이 크게 떨어진 것이 확인됐다.
정 교수는 “동아시아 내륙 지역의 사막화가 ‘돌아올 수 없는(irreversible)’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여름철 급성 가뭄이나 산불 증가 등 이미 직접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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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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