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사르르 녹는 약' 제약업계, 구강붕해정 개발 '러시'

•  기자명이상훈 기자 
•  입력 2025.04.08 21:35
•  수정 2025.04.08 21:37

 복약 순응도 잡고 R&D 경쟁력 입증 및 해외 수출까지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복약 편의성 수요 증가 속에 국내 제약사들이 구강붕해정 개발로 제형 경쟁력과 수출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DALL.E]

초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복약 편의성을 중시하는 환자층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구강붕해정(Orally Disintegrating Tablet, ODT) 시장에 잇달아 뛰어들고 있는 이유다.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 입안에서 쉽게 녹는 제형의 약이다. 어린이부터 노인, 연하곤란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어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구강붕해정 개발에 속도를 내며, 차별화한 제형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약은 고지혈증 치료 복합제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을 겨냥해 동일 성분 구강붕해정 개발에 착수했다. 동국제약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DKF-460’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개발 이유에 대해 동국제약은 "서구화한 식습관과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가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로수바스타틴을 포함한 스타틴 계열 약물은 쓴맛이 강하고 안정성 확보가 어려워 그동안 구강붕해정 개발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제품은 이러한 기술적 장벽을 극복한 결과물로, 환자들에게 차별화한 복약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강붕해정은 환자들의 복용편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있는 제형인만큼, 다른 질환으로 적용을 확대해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진양제약과 한국파마 역시 비슷한 시기에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성분의 구강붕해정 복합제 1상을 각각 승인받으며 동국제약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치료제 자큐보 구강붕해정 신규 품목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이번 허가 신청은 기존 신약 자큐보의 제형을 변경해 개발한 것으로,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임상 1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P-CAB 계열 신약 중 구강붕해정을 보유한 세계 두 번째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구강붕해정 원천기술을 보유 중인 비씨월드제약은 관련 제품을 속속 출시 중이다. 국내 첫 로수바스타틴제제 구강붕해정 고지혈증 치료제 수바로오디정을 개발한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텔미사르탄 제제 구강붕해정 제형도 출시했다. 회사는 기존 정제 중심의 심혈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신 제형으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케이캡 구강붕해정. [사진=HK이노엔]

이외에 유유제약은 편두통 치료제 나그란구강붕해정을 출시 했었고,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구강붕해정으로 재탄생시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블록버스터 제품을 새로운 제형으로 개량하면서 HK이노엔의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구강붕해정 개발이 잇따르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동일 성분의 일반 제네릭 의약품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제형 차별화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구강붕해정 시장 확대의 핵심 키워드로 △초고령화 사회 진입 △복합제의 제형화 △해외 수출 확대 등을 꼽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구강붕해정은 단순한 정제보다 제조 기술이 고도화됐기에 개발 자체가 기업의 R&D 역량을 입증하는 수단"이라며 "기술이전이나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기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강붕해정은 운반과 보관이 간편하고, 복약 순응도도 높아 해외 특히 동남아, 중동, 미국 등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어, GMP 기반 제조시설을 갖춘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출 확대 기회일 수 있다.

한편, 다양한 장점을 가진 구강붕해정은 약효 발현 속도 면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일부 약물은 생체이용률 향상을 위해 구강점막을 통한 흡수가 더 유리하다.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정신과 약물 등은 빠른 약효 발현이 중요한 만큼, 구강붕해정이 더욱 유리한 제형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