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벌써 7~8년은 된 것 같다. 부산에 사는 강씨(남, 81). 엉덩이부터 허벅지, 종아리까지 아프고 저려서 집밖을 나서기가 두렵다. 3분 이상은 걷지 못하고 쉬어야 다시 걸을 수 있는 상태(간헐성 파행)가 이어졌다.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한지도 오래 됐다. 어떤 병원에선 MRI 검사 후, 요추(4-5번) 척추관에 협착증이 있다며 당장 수술하라 했다. 하지만 본인도, 가족도 수술만은 피하고 싶어 주사치료와 약 먹으며 버텼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든 정도가 됐다.
좁아진 척추관, 고통 속에 멈춰버린 일상
강씨만이 아니다. 척추관 협착증(脊椎管 狹窄症, spinal stenosis) 문제 때문에 병원 치료를 받는 환자가 1년에 1천만명을 훌쩍 넘는다. 추간판탈출증(디스크) 다음으로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많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나이 들어 생기다 보니 50대 이상이 대부분(96.2%). 그 중에 84.7%가 60대 이상이다. 노년기 대표 척추질환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부산 연세척병원 척추내시경센터 김동한 센터장(신경외과)은 “나이 들면 우선적으로 허리뼈 마디 사이의 디스크에 노화가 오고, 척추뼈 뒤쪽에 있는 관절과 인대 조직도 변성되거나 두꺼워진다”면서 “이것들이 신경다발이 지나는 ‘척추관’, 신경가지가 빠져 가는 ‘추간공’(椎間孔)을 압박하며 신경을 손상시키기 때문”이라 했다.
엇갈리는 선택과 고통…“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할 걸”
강씨도 통증이 심해질 때마다 스테로이드 들어간 ‘신경차단술’도 받아봤고, 가느다란 카테터를 척추관이나 추간공에 삽입, 신경 지나가는 길을 넓히는 ‘신경성형술’도 받아봤다. 하지만, 그때뿐. 곧 다시 아팠고, 그런 세월이 쌓이니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김 원장은 “정밀 진단해보니, ‘척추관 협착증’에다 ‘척추 전방전위증’까지 함께 심해진 상태였다”면서 “보존적 치료가 이제 더 이상은 효과가 없는 단계여서 신경 변성과 손상을 줄이자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유리했다”고 했다.
결국 양방향 척추내시경(UBE)을 이용해 문제가 된 척추관을 중심으로 ‘신경 감압술’(神經 減壓術)과 ‘척추 유합술’(脊椎 癒合術)을 시행했다. 하나는 굵어진 인대나 새로 튀어나온 뼈 조각을 긁어내 신경의 혈류 장애를 개선함으로써 더 이상 변성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앞으로 굽은 척추뼈의 정렬 상태를 교정하기 위해 보조기기를 삽입하고 변형이 일어난 척추뼈들 사이에 인공 디스크를 삽입한 후 인근 척추뼈들에 나사를 박아 고정하는 것.
강씨는 수술 다음날부터 바로 걸을 수 있었다. 늘 느끼던 다리 통증도, 저리던 것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수술할 것을 그랬다”는 얘기가 저절로 나왔다. 입원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보조기를 착용한 채 근력재활치료 및 도수치료 등 재활도 곧바로 시작했다.
사실 늘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협착증도 MRI 꼭 찍어봐야 하나요?
“추간판탈출증(디스크)과 협착증은 MRI를 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디스크가 얼마나 빠져나왔는지, 척추관이나 신경관 신경이 얼마나 눌려 있는지 등은 엑스레이(X-Ray)만으로는 제대로 볼 수가 없으니까요. 그동안 신경이 어느 정도 기능을 잃었는지도 알아내자면 ‘신경근전도검사’(EMG/NCV) 같은 다른 보조적 검사까지도 필요합니다.”
척추관 협착증, 주사 치료 만으로는 안 되나요?
“진행 정도에 따라 다릅니다. MRI 검사로 봤을 때 척추관 신경관에 어느 정도 여유공간이 남아있는 초기나 중기 협착증에서는 주사나 시술 만으로도 제한적인 효과는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유 공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말기엔 주사 정도로는 효과가 떨어지거나 거의 없고, 이럴 땐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다른 병원에서도 여러 치료를 받았는데, 그래도 차도가 없더군요. 시술을 제대로 못한 것인가요?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시술의 최대 장점은 비교적 간단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수술과 달리 병변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서 ‘근본적인’ 치료는 못 되는 거죠. 따라서, 효과를 못 봤다는 건 시술이 갖는, 그런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지요.”
수술을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고, 계속 아픈 사람도 많더군요.
“사실 수술도 위험성이나 부작용은 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침습 수술법이나 내시경 수술법의 발달로 그런 부작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일부의 나쁜 경우를 일반화하는 오류 탓에 적절한 시점에 받아야만 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한 척추는 죽을 때까지 계속 사용하는 우리 몸의 뼈대이지 않습니까? “수술했으니 이제 다 나았다”가 아니고,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 역시 필요합니다.”
척추 치료도 요즘엔 다들 내시경으로 한다던 데, 이건 시술인가요, 수술인가요?
“수술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두꺼워진 황색인대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수술입니다. 하지만, 절개 부위가 작고, 전신 마취도 하지 않고, 회복까지 빨라서 마치 시술을 받은 것처럼 간편히 여기는 경우가 많더군요.”
미리 예방도 할 수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구부정한 자세를 피하고, 오래 앉아있거나 쪼그려 앉는 걸 피해야 합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최대한 몸과 가깝게 들고, 무릎을 이용하여 같이 들어주는 것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몸의 코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수영이나 걷기 운동이 도움됩니다.”
도움말: 부산 연세척병원 척추내시경센터 김동한 센터장(신경외과). 경북대 의대를 나와 경북대병원에서 수련한 후 임상강사를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