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15년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최대 400mm가 넘는 폭우에 서울과 경기 지역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 침하와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해외에서도 기후재앙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은 폭염과 함께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화재 위험 최고 경보가 내려졌고 곧 가뭄이 공식 선언될 것으로 예상되며 프랑스는 대형산불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데스밸리에는 1000년만의 폭우가 오기도 했다. 이 모든 기후재앙의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8~9일 국내에 쏟아진 폭우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며 생기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두 공기의 충돌 강도도 매우 강해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가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형성됐다. 비가 특정 지역에 매우 강하게 쏟아진 이유다.
최근 저위도에서 한반도가 속한 중위도로 수증기들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해 강수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위도에서 중위도로 수증기가 몰리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한반도 남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중위도로 수증기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폭우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면서도 “수증기량이 과거에 비해 많아지고 해수면 온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여름철 폭우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충분히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례적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은 지난달 40도를 웃도는 기온이 이어졌고 폭염과 가뭄을 겪으면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7월은 유럽에서 역대 6번째로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8월 역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BBC와 가디언은 영국 환경청(EA)이 12일 잉글랜드 남부와 동부 지역에 가뭄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최근 가뭄이 선언된 것은 2011년과 2018년이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지롱드주에서는 지난 9일 시작된 산불이 74㎢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다. 약 30만명이 거주하는 프랑스 서부 도시 낭트보다 큰 규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는 지난 5일 하루 37.1mm의 비가 내렸다. 기상 관측 이래 두번째로 많은 비가 내린 날로 1년치 강수량의 75%에 달하는 양이다. 3시간 만에 이런 비가 내리면서 북미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이자 지구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는 데스밸리에서 1000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기후재앙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극한 폭염과 호우,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기후변화로 강화되고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제니퍼 프란시스 미국 우드웰기후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기후변화 시대가 극심한 날씨를 유발하고 있다”며 “지구 어느 한 곳의 극심한 날씨가 다른 지역의 극심한 날씨를 유발하고 또 다른 극심한 날씨를 불러일으키는 형태로 모든 것이 함께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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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서부 에흐쉬라두르에 있는 연못이 메말라 있다. 프랑스 당국은 극심한 폭염으로 인한 사상 최악의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위기 대응 조직을 가동, 93개 주를 '물 사용 제한 가능지역'으로 지정했으며 그중 62개 주는 가뭄 경보 최고 수준인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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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원 기자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