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억제하자 늙은 쥐의 건강이 개선되고 수명도 늘어났다. 사람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동물 실험을 통해 노화로 인한 건강과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스튜어트 쿡 싱가포르 듀크-싱가포르 국립의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17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건강과 수명에 관여하는 세포 내 신호전달경로는 노년기에 접어들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게 된다. 염증 반응과 관련된 친염증성 신호전달 물질이 신호전달 경로에 교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친염증성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인터루킨11(IL11)'에 주목했다. 인터루킨은 백혈구와 백혈구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면역 단백질의 일종이다. 인터루킨을 활용해 사람의 폐 조직에 흉터와 경직현상이 생기는 폐섬유화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쥐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쥐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체내에서 인터루킨11 생성량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도 급격히 활성화됐다.
인터루킨11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삭제하자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 대사기능의 저하를 억제하고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인체의 방어기능이 개선됐다. 특히 수컷과 암컷 쥐 모두 수명이 24.9% 연장됐다.
바이러스나 세균을 비활성화시키는 당단백질인 항체를 사용해 인터루킨11의 생성을 억제했을 때도 대사와 근육 기능이 향상됐다. 인간 나이 55세에 해당하는 75주령 쥐에게서 수컷과 암컷의 수명은 각각 22.4%, 25% 증가했다. 노화와 관련된 암 발생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인터루킨11을 억제하는 것은 노화된 동물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사람에게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