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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진이 세포 속 분자시계를 되돌려 쥐의 신체나이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진전시키면 사람의 노화로 생기는 질병을 에방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솔크연구소와 생명공학 기업 제넨테크 등 공동연구팀은 쥐 세포에 특정 유전자 조합을 넣어 세포 노화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되돌려 놓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 7일자에 게재했다.
신체 모든 세포에는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분자시계가 작동하고 있다. 이는 노인과 청년의 DNA에서 발견되는 서로 다른 패턴의 화학물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DNA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흔적은 야마나카 인자라고 불리는 4가지 유전자 조합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나카 인자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연구소장이 발견한 Oct4, Klf4, Sox2, c-Myc 등 4가지 유전자 조합으로 성체세포를 어떤 유형의 세포로든 발달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다. 이를 이용하면 세포의 노화를 되돌리는 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미국 솔크연구소 유전자발현연구실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2016년 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쥐의 근육 재생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과학자들이 야마나카 인자로 심장, 뇌, 시신경 등 신체 기관의 기능을 개선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벨몬테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쥐 세포의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쥐를 연령별로 세 그룹으로 나눠 야마나카 인자를 투여했다. 한 그룹은 사람 나이 50세에 해당하는 생후 15개월부터 70세에 해당하는 22개월에 이르기까지 야마나카 인자를 투여받았다. 또 한 그룹은 사람 나이 35세에 해당하는 생후 12개월부터 생후 22개월까지 투여받았으며, 마지막 그룹으로 사람 나이 80세와 유사한 25개월의 쥐가 한 달간 투여 받았다.
그 결과, 마지막 그룹을 제외하고 야마나카 인자를 장기간 투여받은 두 그룹의 쥐들이 여러 측면에서 세포가 회춘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령 신장과 피부 DNA에서 어린 쥐에게서 나타나는 D화학물질 패턴이 발견됐으며, 상처를 입었을 때 피부 세포 증식 능력도 더 커졌고, 흉터가 남을 가능성도 적었다. 또 혈액 내 대사와 관련된 분자들이 노화로 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혈액 세포 변화나 신경학적 변화가 나타난 쥐가 없었으며, 어떤 그룹에서도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향후 연구팀은 야마나카 인자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특정 분자와 유전자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공동 제1저자인 프라딥 레디 미국 솔크연구소 유전자발현연구실 연구원은 “우리는 오래된 세포의 회복력과 기능을 되돌려 스트레스, 부상,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자 한다”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이것이 적어도 쥐에서는 가능한 일임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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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동준 기자bi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