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 소행성 탐사선 '돈'이 소행성 세레스의 충돌구 '오카토르' 중심부를 촬영한 영상이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소금 성분이다. NASA 제공
2018년 10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소행성 탐사선 ‘돈’은 11년간 임무를 거의 마치고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 벨트에 있는 소행성 ‘세레스’ 상공 35km에서 찍은 사진을 지구로 보냈다. 세레스의 충돌구 ‘오카토르’를 촬영한 것으로 한복판에 흰색으로 반짝이는 지역이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물질이 소금 덩어리인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세레스의 표면 위에 하얗게 핀 물질은 실제로 소금이었다. 그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레스는 지각 속에 거대한 소금 저수지를 품은 물이 풍부한 행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연구팀이 포함된 국제연구팀은 세레스에 관한 연구결과를 이달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4편, ‘네이처 지질학’에 1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2편 발표했다.
돈 탐사선 임무의 연구책임자인 캐럴 레이먼드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팀은 돈이 보내온 고해상도 중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카토르 충돌구 밑에 거대한 소금물 저수지가 존재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오카토르 충돌구가 만들어질 때 열이 발생하며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저수지의 깊이는 약 40km이고 너비는 수백 km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행성에서도 물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 목성의 위성 타이탄처럼 바다가 발견되는 태양계 천체는 주변 천체와 중력으로 상호작용하며 발생한 열로 얼음이 녹아 바다가 만들어진다. 세레스는 이러한 이점이 없음에도 물이 풍부한 행성이 될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오카토르 충돌구의 모습이다. 붉은색이 진하게 표시될수록 최근 만들어진 소금 성분으로 200만 년 전까지도 소금이 형성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NASA 제공
세레스 속 물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산티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원팀은 오카토르 충돌구 중앙의 하얀 성분이 하이드로할라이트(NaCl·2H₂O)라는 소금 성분인 것을 밝혀냈다.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염화나트륨과 물이 결합한 물질로 바닷물이 얼 때 주로 나타난다. 하이드로할라이트가 지구 밖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하이드로할라이트는 약 200만 년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충돌구 아래 액체가 존재하고 계속 표면으로 흘러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레스의 구조를 다룬 다양한 연구도 발표됐다. 브리트니 슈미트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 연구팀은 오카토르 분화구의 언덕이 충돌로 물이 흘러가다 얼며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물이 얼며 지표에 흔적을 남긴 것이 발견된 것은 지구와 화성 외에 처음이다. 라이언 박(한국이름 박상현) NASA JPL 연구원은 세레스 지각이 물에 의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차 밀도가 낮아진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돈은 2007년 9월 발사돼 11년간 두 개의 소행성을 탐사한 우주선이다. 2011년 소행성대에서 두 번째로 큰 소행성인 ‘베스타’에 도착해 1년간 탐사 임무를 수행한 뒤 2015년부터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세레스의 궤도를 돌며 표면의 얼음과 화산을 관찰했다. 돈은 2018년 6월에서 10월까지 세레스 표면 35km에 다가가 오카토르 충돌구 탐사를 하는 마지막 임무를 진행했다. 돈은 연료가 고갈돼 임무를 마쳤으나 세레스에 유기물질이 있고 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NASA 행성 보호 규칙에 따라 세레스 궤도를 수십 년간 더 돌기로 했다.
탐사선 돈이 2015년 촬영한 세레스의 모습이다. 곳곳에 밝은 부분이 보인다. NAS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