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초미세플라스틱이 모유 수유를 통해 뇌 조직 등 자손의 여러 장기에 축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많은 양의 초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경우 자손의 뇌 발달 이상까지 발견됐다는 분석이다.
이다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희귀난치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은 동물모델인 생쥐를 활용해 이 같은 분석을 얻었다고 14일 밝혔다.
초미세플라스틱은 통상 1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된다. 크기가 작아 하루처리시설 등에 걸러지지 않고 바다와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초미세플라스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과 생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되지만 모체를 통한 세대 간 전이와 그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연구의의를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초미세플라스틱을 녹색 형광으로 표지하고 생쥐가 섭취하도록 했다. 그런 다음 초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모체에서 태어난 새끼 생쥐를 관찰했다.
그 결과 모체가 섭취한 초미세플라스틱이 출산 후 모유 수유를 통해 새끼 생쥐로 전달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해당 생쥐들의 경우, 초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은 모체들이 낳은 새끼들에 비해 몸무게가 증가했다”며 “뇌와 여러 장기에서 녹색 형광입자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또 적은 양의 초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경우, 새끼 생쥐들에서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상대적으로 많은 양을 섭취한 새끼들에서는 뇌의 구조적 이상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영역인 해마 영역에서 뇌 신경세포 형성을 담당하는 신경줄기세포의 수가 감소했다”며 “새끼들이 성체가 된 후에도 뇌의 생리학적 그리고 생화학적 기능에 이상이 관찰됐다. 암컷의 경우 인지능력의 저하도 보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모유 수유를 중단한다고 해도 초미세플라스틱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유 수유 대신 분유를 먹인다고 해도 분유를 타는 젖병이나 식수 등에 존재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다용 선임연구원은 “젖병이나 식수 속에 들어있는 초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위협을 줄 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육상 포유류인 생쥐에서 초미세플라스틱이 세대 전이를 통해 자손에 전달되는 경로와 분포를 규명했다”며 “이번 연구로 초미세플라스틱의 노출량이 많은 경우 자손의 뇌 발달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에 지난달 18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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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원 기자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