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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몇 개월 만에 생기기도…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

heojohn 2024. 10. 1. 00:26

이금숙 기자

입력 2024.09.30 09:36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간암 명의'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

간암은 사회 활동이 활발한 50~6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이 생긴다. 집안에 가장이 간암 환자가 되면 온 가족이 휘청인다. 간암은 치료 방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사망률에 큰 개선은 보이지 않고 있다. 5년 생존율이 37.7%에 불과하다.(2021년 기준) 간암 명의 중앙대광명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간암은 변화무쌍한 암이라 몇 달 만에 확 퍼지기도 한다”며 “만성간염을 앓는 고위험군은 6개월 마다 정기검진과 함께, 신체적·정신적으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간암 환자를 봐온 최 교수에 따르면 간암은 사별·이혼·사업실패 같은 큰 스트레스가 있은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종영 교수를 만나 간암에 대해 들었다.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중앙대 광명병원 제공
-간암은 폐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원인 2위이면서 5년 생존율이 37.7% 불과하다. 왜 이렇게 치료가 잘 안될까?
주요 암에 비해 암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 암 주변에 간경화가 진행돼 이미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간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항암 치료 등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재발도 잘 한다.
둘째, 간암에 잘 듣는 똑똑한 항암제가 없다. 폐암, 유방암, 대장암에 좋은 항암제가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셋째, 간암은 증세가 없다.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에 증세가 없어 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가 70% 이상이고, 이런 경우 치료를 해도 사망률이 높다.

-간암은 원인이 명확한 암이지 않나?
그렇다. 다른 암에 비해 원인이 확실히 알려져 있다. B형간염, C형간염 같은 만성간염이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간암 원인의 59.7% 는 B형간염, 8%는 C형간염이다. 과거에 비해 B형간염 환자는 확실히 줄었지만 아직도 간암의 주요 원인이다. 다만 10여 년 전부터 항바이러스제가 좋아져, 약만 잘 먹는다면 과거처럼 복수차고 황달이 심해져서 응급실에 올 일은 없다. 그런데 이런 약의 간암 예방 효과는 30년이 지나야 나타날 것이다. 간암 발생이 소폭 줄긴했지만, 약효에 비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이유는 고령화의 이유도 있다. 오래 살면 간염을 앓는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간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최근 70~80대 고령층에서 간암이 늘었다.

-정기검진이 중요하다?
B형간염 환자는 6개월 마다 외래에서 간초음파와 함께 혈액을 통해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 국가에서 지원도 해준다. 간에 혹이 보이든지 알파태아단백 수치가 높으면 CT를 찍어 정밀 검사를 한다. 다행히 간암 검진 수검율은 6대암(위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 중에 가장 높다. 6대암 평균 수검률이 56.6%인데 비해 간암 수검률은 74.3%다. 간암을 조기 발견하면 수술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간 절제술 건수가 2008년 1724건에서 2022년 3587건으로 늘었다. 수술이 증가했다는 것은 조기 발견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비만이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지방간이 심하면 지방간염이 되는데, 이때부터 간 손상이 이뤄진다. 지방간염이 있는데, 술까지 즐긴다면 간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비만에 의한 간암 증가가 체감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간암하면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많은 양의 술을 먹는다면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알코올에 의한 간암이 증가 추세다. 간암 원인으로 2008년 알코올이 8.9%를 차지했는데 2022년 15.8%로 증가했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감정이 좋지 않을 때 술을 먹는 것은 간 건강을 크게 해친다.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중앙대 광명병원 제공
-간암 치료는?
간암 치료에 경동맥화학색전술을 가장 많이 적용한다.(36.6%) 그 다음이 간 절제술(21.3%), 그 다음이 고주파 열치료술(8.4%)이다. 경동맥화학색전술이란 간암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혈관을 막는 치료법이다. 암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정상 간 조직은 크게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암을 없앨 수 있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고주파를 발생시키는 침을 암 부위에 찔러 넣은 후 고주파 전류를 가해 암을 태워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두 치료 모두 간암이 진행해 간 절제술을 하지 못할 때 하는 국소 치료다. 최근에는 방사선 색전술도 많이 한다. 간암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찾아 방사선 동위원소 미세구를 주사하는 시술로, 방사선 동위원소는 간암 미세혈관에 위치한 후 방사선을 방출해 암을 파괴한다. 간경화 정도, 간암의 크기, 위치, 개수 등을 고려해 최적의 치료를 선택한다.

-항암제는 어떤가?
간암은 20년 전 만해도 딱 맞는 항암제가 없었다. 게다가 간암 환자는 간경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간 기능이 떨어져 항암제를 쓰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간암 항암제로는 바이엘 '넥사바(소라페닙)'가 대표적이다. 많이 써오다 2년 전 로슈의 PD-L1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표적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진행성 간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유의미하게 연장시킨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보험 급여까지 적용됐고, 이들 치료제 사용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치료제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간암 수술은?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간경화가 심하지 않고 간암의 크기가 5~6cm 미만이면 해볼만 하다. 그러나 이미 간경화가 진행돼 있어 5년 재발률이 50%나 된다. 간이식은 재발 위험이 크지 않으므로, 간 절제술보다 간이식 수술이 더 좋다. 수술은 주로 복강경으로 한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 일주일이면 퇴원을 한다. 개복 수술이 퇴원까지 2주가 걸리는 것과 비교된다.

-수술도 못하고 색전술 같은 국소 치료도 효과가 없다면?
간암에는 치료 무기가 많지만 모든 치료법을 동원해도 효과가 없을 때는 ‘간동맥 내 직접 항암치료’를 한다. 항암제를 바로 투여할 수 있도록 간암 주변에 관을 뚫어 10번 이상 항암제를 투여한다. 색전술에 효과가 없는 모든 간암에 해볼 만하다. 간동맥 내 직접 항암치료는 대장암 등이 간에 전이 됐을 때 시행하던 시술로 일본에서 개발됐으며, 미국에서도 많이 한다. 

-간암은 특히 협진이 중요한 암이다?
간암은 워낙 치료가 잘 안 되는 암이고 치료법도 다양하다. 치료법 결정부터 시행까지 외과·내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와의 협진이 중요하다. 일례로 색전술을 하기 위해 허벅지에서 시작해 간에 있는 혈관까지 카테터를 넣는 것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하지만, 색전 물질을 주입하는 것은 내과 의사, 방사선종양학과 의사가 한다. 간동맥 내 직접 항암치료도 간에 관을 꼽는 것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하지만 항암제를 주입하는 것은 내과 의사가 한다.

-간이식 환자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내과 의사 중에서는 드물게 간이식 수술 환자를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간이식 수술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간이식을 받으면 필수적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면역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일반인보다 2~3배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면역억제제를 적게 주면 좋은데, 환자 면역 상태를 혈액으로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간이식 환자 10명 중 2명은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간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가 꽤 있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10~20년 복용한 환자의 면역세포를 뽑아서 마우스에 주입한 결과, 면역반응에 인한 간 염증 정도가 달랐다. 환자 유래 세포를 아바타 마우스에 모사시켜 면역반응을 확인, 환자에 따라 면역억제제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 상태와 장내균총(microbiomes)의 상관관계 연구도 했다. 페칼리박테리움(장내 유익균)을 포함한 기능성 장내균총의 감소와 불안정한 면역상태가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연구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30여 년 근무하고 중앙대광명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30여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제 수도권 서남부 지역 중증 간질환 진료에 적용할 예정이다. 중앙대 광명병원에는 젊은 스텝들이 많고 열정이 넘친다. 이들과 협업해 다양한 간암 치료를 해볼 것이다. 색전술은 물론 간동맥 내 항암 치료도 중앙대 광명병원에서 곧 시작한다. 또한 간암 환자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는 간이식이다. 간이식 대상 환자를 잘 선정해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간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간암은 고위험군이 뚜렷하다. B형간염, C형간염을 앓고 있다면 정기검진을 잘 해야 한다. 6개월마다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끔 60세가 넘은 B형간염 환자가 항원이 없어지기도 하는데, 간염이 나았다고 오해하면 안된다. 젊을 때보다 면역력이 약해져서 항원이 없어진 것이다. B형간염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로, B형간염 바이러스 활성화를 막는 약이다.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
간암은 가족력이 없다. 원인이 바이러스, 알코올 등 뚜렷하기 때문이다. 술을 조심해야 한다. 술을 많이 먹는 것도 문제지만 매일 먹는 것도 문제다. 특히 절대 기분 나쁠 때 먹으면 안된다. 간암은 몇 개월 만에 없던 암이 생기기도 한다.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중앙대 광명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중앙대 광명병원 제공
최종영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간암, 간이식, 간경변, 간염 치료 전문가로 대한간암학회 회장, 아시아 태평양 간암학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중앙대 광명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하고 있다.
간암의 국소 치료와 항암치료, 간이식 후 면역 조절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간암의 국소 치료법 중 하나인 에탄올 주입술을 1996년 국내 처음으로 들여왔다. 에탄올 주입술은 초음파나 CT를 통해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고 종양 내에 고농도의 에탄올을 주입, 에탄올의 화학 작용을 통해 종양이 괴사되는 치료다. 독일에서 인공간 디바이스를 처음으로 들여왔다. 많은 간암 환자들이 간 공여자를 기다리다 사망한다. 사망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인공간을 사용한다.
최 교수는 병보다 ‘환자’를 먼저 보려고 한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보는 환자가 어느 날 간암 진단을 받아 상담을 하다보면 이혼· 사업실패 같은 큰 사건들이 있었던 경우가 종종 있다. 간염 환자들은 무리하지 말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