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형 당뇨병 환자의 자살 위험이 암환자에 비해 1.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서 1형 당뇨병 환자의 자살위험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2009~2015년 19세 이상 성인 중 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뒤 1년 내 인슐린 처방 3회 이상, 2년 내 추가 인슐린 처방 기록이 있는 4만5944명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같은 기간 동안 암을 진단받은 사람 중 나이와 성별을 동일한 규모로 맞춰 비교군으로 삼았다.
추적관찰을 통해 자살로 사망하거나 자살 시도로 입원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1형 당뇨병 환자는 10만 인년당 252.89건, 암환자에서는 141.44건이 집계됐다. 1인년은 한 명을 1년 동안 관찰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1형 당뇨병이 미친 악영향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연령과 성별 외에도 소득수준, 거주지, 우울증이나 심혈관질환 병력, 만성 폐 또는 신장질환 등 자살위험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보정해 상대 위험도를 산출했다. 그 결과 1형 당뇨병 환자가 자살을 시도해 입원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를 위험은 일반 인구에 비해 2배, 암환자에 비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형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병이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는 상태라 완치가 어렵고 평생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과 비교했을 때도 1형 당뇨환자들의 자살 위험이 더 높은 것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절망이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연구팀이 앞서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병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알코올·약물 오남용 위험이 4배, 우울증 발병 위험이 3배, 성격 및 행동장애 위험이 2.6배 높은 등 다양한 정신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선 1형 당뇨병을 장애로 판단하고 제도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고 있다. 완치가 어려워 치료를 중단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관리에 정신건강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환자들의 불편이 큰 만큼,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 질환 및 장애 질환으로 선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환자들의 투병을 도울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