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은 여성이 노화 과정에서 보다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페놀 등 식물성 식품에 든 영양성분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안드레스 아르디손 코랫 미국 터프츠대 의대 연구원 연구팀이 ‘미국 임상영양학회저널’에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여성일수록 만성질환 등의 발병률이 감소한다는 논문을 1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84~2016년 여성 건강을 추적한 하버드대의 ‘간호사 건강 연구’를 기반으로 식단과 여성 건강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4만8000명 이상의 여성 자체 보고 내용이 담긴 데이터로, 연구 시작 시점인 1984년 38~59세였던 여성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은 대체로 양호했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4년 주기로 어떤 식단을 유지했는지, 건강 상태는 어땠는지 분석했다. 우선 하버드대 ‘식품 구성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여성들이 자체 보고한 과일, 채소, 빵, 콩류, 파스타, 견과류 등의 식단에서 단백질 섭취량을 추산했다. 그런 뒤 식단과 11개 만성질환 발병률, 정신적 건강 상태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식단에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심장병, 암, 당뇨병, 인지적·정신적 건강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히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노년기에 건강할 확률이 46% 높았다.
코랫 연구원은 “중년기 단백질 섭취는 성인기 전반의 건강 증진과 관련이 있다”며 “우리는 특히 단백질 공급원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물에서 단백질 대부분을 얻고 동물성 단백질은 소량 섭취하는 게 노년기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성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한 여성들은 식물성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한 여성들보다 앓고 있는 만성질환 개수가 많았고 단백질 섭취로 얻는 건강상 이점이 덜 뚜렷했다”고 덧붙였다.
식물성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일관되게 건강과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LDL콜레스테롤, 혈압, 인슐린 민감성이 떨어졌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유제품 단백질은 건강과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식물성 식품은 동물성 식품과 비교했을 때 섬유질,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고 폴리페놀이라는 유익한 화합물이 들어있다”며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의 이점은 단백질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식물성 식품에 든 다양한 성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물성 단백질도 어느 정도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연구팀은 “여성은 철분, 비타민 B12 등을 얻기 위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며 “단 과일, 채소, 견과류, 씨앗 등을 통해 대부분의 단백질을 식물성 식품에서 얻으려는 식단 구성이 건강한 노화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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