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5

장마가 개이던 날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화장대 위에 있는 작은 탁상시계마저 잠들어 있다. 한복을 입은 인형 하나가 유리상자 속에서 제 맵시를 뽐내고 있다. 언제나 같은 인형의 표정은 생동감이 없다. 그것은 달포 가까이 빗물을 뿌리고 있는 장마처럼 지루할 뿐이다. 이윽고 교회의 종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그제서야 그녀는 부시시 일어났다. “열두시다.” 열두 시간의 수면제 효력에서 깨어난 그녀는 중얼거리면서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곧 다시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런! 얼핏 설핏 반 하루를 꿈속에서 보내고도 아직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니!’ 베게 위로 팔을 뻗친 그녀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어제 저녁 머리맡에 놓아둔 과일 바구니에서 포도송이를 집어 한 알을 따냈다. 포도 한 알을 입안..

창조주 하나님이 계심을 알자.

창조주 하나님이 계심을 알자. *이 글은 [흑암전설]의 창조론을 발표용으로 축약한 것이다. 들어가는 말 여러분은 살아오면서 우리 인간의 생명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으십니까? 중동지방의 어떤 고대 문서에는 노예 두 명의 생명은 평민 한 사람과 같은 값이고, 평민 두 명은 귀족 한 사람의 생명과 같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왕조시대에 왕은 자기의 목숨의 가치를 얼마라고 생각했을까요? 최소한 자기 왕국에 속한 국민 전부의 생명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절대 왕권시대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왕이 국가의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근대에 들어와서도 프랑스 혁명 직전에 짐은 곧 국가다 하는 유명한 말을 했던 프랑스 왕이 있지요. 모든 사람이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을 ..

"흑암전설" 책 머리글

이 책의 이야기는 이제 사회일선에서 물러나는 나에에 접어든 중학교 동창생 3명이 과거와 현실을 돌아보면서 주고받는 이메일을 따라 전개되는 팩션이다. 1948년 출생 세대가 시대적 상황에서 겪어낸 언어로 이메일을 쓰느라 서술에 한계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때문에 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노력했음에도 미흡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어렵게 읽어야 하는 독자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1장 '형제실화' 에는 양고부와 그의 친구 이진승이 서로 살아오면서 겪었던 과거사를 고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독교 선교사가 되어 해외에 나가 있는 양고부는 친구 이진승에게 먼저 형제가 되자는 이메일을 보낸다. 그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격변기에서 보통 국민들이 살았던 생활상과 의식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