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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살아남으려 배아 때 신체 구조 바꾸는 물고기

heojohn 2024. 6. 8. 01:39

입력2024.06.07. 오후 5:46

배 구조가 형성된 킬리피쉬의 배아(왼쪽)와 아무런 신체 구조가 형성되지 않은 킬리피쉬의 배아.
스위스 바젤대 제공
 
아프리카와 같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지역에 서식하는 담수어 '킬리피쉬'는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배아 상태에서 신체 구조 형성 시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에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전략적으로 성장을 멈추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극단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물의 신비로운 현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알렉스 쉬어 스위스 바젤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견했다.

킬리피쉬는 서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송사릿과 물고기다. 작은 크기와 아름다운 빛깔의 피부를 지녀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이 물고기의 주요 서식지인 서아프리카 일대는 장기간 가뭄이 덮치곤 한다. 이러한 자연 환경은 킬리피쉬가 생존하는 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킬리피쉬가 이처럼 건조한 환경에서도 어떻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학계의 수수께끼였다.

이번 연구에서는 킬리피쉬의 생존 전략이 배아 상태일 때 시작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분석 결과 킬리피쉬는 초기 배아 단계에서 배아 세포가 스스로 조직화해 신체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체에 의해 신체 구조의 패턴이 일정 부분 결정되는 다른 물고기종과는 다른 방식이다.

연구팀은 "킬리피쉬의 배아 세포는 등이나 배의 축과 같은 신체 각 구조가 존재하는 데 적절한 장소를 스스로 찾아내고 완전한 조직화를 이뤄냈다"며 "마치 마법같은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독특한 배아 발달 방식은 킬리피쉬가 건기 중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다. 킬리피쉬는 우기에 진흙 속에 수정란을 낳는다. 물이 마르면 다 자란 성어는 죽고 배아는 진흙 속에서 '잠든' 상태가 된다.

배아는 비가 내릴때 발육한다. 건기와 우기에 맞춰 적절한 시기에 성장하기 위해 배아가 스스로 신체 구조를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략은 건기 중 손상된 세포가 축적되거나 신체 구조 정보가 손실되는 것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배아 발달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극단적인 환경에 놓인 생물이 대안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