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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감염병' 쓰쓰가무시병...그걸 옮기는 털진드기, 넌 대체 뭐냐

heojohn 2022. 8. 27. 23:59
입력 2022.08.27 14:00

생긴 건 곤충 닮았지만 곤충 아냐

유충 단계에서만 사람 물어
활순털진드기, 댓잎털진드기 주요 매개종

해외의 한 숲 앞에 진드기 주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3급 법정감염병인 쓰쓰가무시병(Scrub Typhus)은 가을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치사율은 0.1~0.2%로 그리 높지 않지만 심한 두통과 오한, 구토, 복통 등에 시달릴 수 있다. 잠복기는 1~3주인데 감염 초기에 항생제 치료를 못하면 발진이 몸통에서 나타나 팔다리로 퍼지고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 같은 쓰쓰가무시병을 옮기는 주범은 털진드기다. 쓰쓰가무시병이 가을에 확산하는 것도 털진드기 유충이 활동하는 시기가 9~11월이기 때문이다. 곤충인 듯 아닌 듯한 이 털진드기, 가을의 불청객이다.

가을에 털진드기에 물리면 쓰쓰가무시병 위험↑

 

쓰쓰가무시병 주요 매개종인 활순털진드기(A)와 댓잎털진드기(B). 질병관리청 제공

27일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4만~5만 종의 진드기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쓰쓰가무시병과 관련 있는 건 털진드기과에 속하는 것들이다. 국내에서 발견된 털진드기는 총 51종이다.

51종 모두 쓰쓰가무시균 매개종은 아니고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활순털진드기, 댓잎털진드기, 수염털진드기, 동양털진드기, 반도털진드기, 사륙털진드기, 조선방망이털진드기, 들꿩털진드기 8종이다. 이 중에서도 주요 매개종은 활순털진드기와 댓잎털진드기이다. 남부지방은 활순털진드기, 중부지방은 댓잎털진드기가 휘어잡았다.

봄에도 쓰쓰가무시병이 발생하지만 가을에 특히 집중되는 건 이런 우세종 유충이 활동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탓이다. 질병청의 지난해 '병원체 및 매개체 감시'에서는 10월 말에 가장 많은 털진드기 유충이 발생했다.

요맘때 이 같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리면 쓰쓰가무시병 감염 위험이 대폭 상승한다. 털진드기는 성충이 아닌 유충 단계에서만 사람을 물어 체액을 섭취하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렵다.

분류학적으로 진드기는 곤충이 아니다. 절지동물 하위 분류인 거미강(Arachnida)에 속한다. 한데 유충은 곤충처럼 세 쌍의 다리가 있고, 자충과 성충은 다리가 네 쌍이라 흡사 곤충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딧물과 혼동할 수도 있는데 진딧물은 식물의 액을 섭취할 뿐 사람을 물지 않는다.

털진드기, 어떻게 떨쳐내나

버섯처럼 생긴 털진드기 채집기(왼쪽)가 조사 현장에 설치된 모습. 질병관리청 제공

털진드기를 피하려면 야외 작업이나 활동시 긴소매 상의와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농경지 및 거주지 주변 풀숲을 제거해야 하고, 풀숲에 옷이나 모자를 벗어 놓지 말아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즉시 목욕이나 샤워를 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수칙이다.

질병청이 제공하는 쓰쓰가무시병 감염 예방정보도 참고할 만하다. 쓰쓰가무시병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가 다가오자 질병청은 올해도 털진드기 발생 감시에 들어갔다. 전국 9개 도, 18개 지역에서 털진드기가 사람과 접촉할 우려가 있는 논, 밭, 수로, 초지를 조사한다. 버섯 모양의 털진드기 채집기가 활용된다.

질병청 관계자는 "가을에 야외활동 후 물린 자국이 관찰되거나 2, 3주 이내에 발열·발진 등이 나타나면 쓰쓰가무시병을 의심하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