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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자급률 첫 19%대…벼랑끝 식량안보

heojohn 2022. 4. 17. 23:34

입력 : 2022-04-15 00:00

 

 

통계청 보고서…20%선 붕괴 日, 10년간 2.5%P 상승 ‘대비’

2019년 영양결핍 인구 13.4%, 소득수준 낮을수록 비율 증가 

우크라사태 속 위기 고조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식량안보가 각국의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당장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서 최악의 식량난이 표면화하는 가운데 적잖은 국가에서 크게 오른 농식품 가격으로 충분한 영양섭취를 제한받는 질적 식량안보 위기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식량자급률 50%를 밑도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세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일차과제지만 식료품값이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영양균형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현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량안보는 양적 수준과 질적 수준이 동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는 2020년 곡물자급률을 19.3%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곡물자급률 20%대가 무너진 건 사상 처음으로 국내 식량안보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곡물자급률이 20.2%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통계청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국가별 생산량·소비량 자료를 활용해 이같은 수치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곡물자급률은 캐나다(192%), 미국(120.1%), 중국(91.1%)은 물론 일본(27.3%)에도 크게 뒤처진다. 일본의 곡물자급률은 2000년 26.6%에서 2010년 24.8%까지 낮아졌지만 이후 10년 동안 2.5%포인트나 끌어올려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와 대비되고 있다.

보고서는 국민 영양섭취 부족 비율과 식품 안정성 미확보 비율에도 주목했다. 경제성장과 식품무역 확대로 이른바 ‘영양과잉’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에너지 필요량의 75% 미만을 섭취하는 영양결핍 인구는 되레 늘고 있어서다. 2019년 기준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13.4%로 나타났다. 2007년 17.1%에서 2014년 8%로 개선되는 듯했지만 최근 12∼13%로 다시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2019년 소득수준별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상’ 계층에서 8.6%인 반면 ‘하’ 계층은 18.7%로 훨씬 높았다. 보고서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모든 기간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식량공급이 불안정할 때 생기는 결식·영양불균형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문제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도 드러난다. 2019년 기준 식품 안정성 확보가구 비중은 평균 96.5%에 달했지만 소득수준 하위가구만 살폈을 땐 87%로 차이가 컸다. 전체가구와 하위가구의 격차는 2016년 6.6%포인트까지 좁혀졌다가 최근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경제발전과 소득 증가 등으로 절대적 기아문제는 대부분 해소됐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양질의 먹거리 보장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식량안보 개념이 과거 식량자급률 제고에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안전·영양 식품 공급 쪽으로 변화하는 데 맞춰 관련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