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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기억을 저장하는 시냅스 발견, 기억 저장 시냅스

heojohn 2022. 1. 15. 00:18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2. 1. 4. 13:59

 
 

공포스러운 기억이 잊히지 않고 불쑥불쑥 떠오른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공포 기억이 소거되지 않고 계속 재경험돼 환자들에게 커달나 정신적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PTSD)입니다. PTSD는 생명을 위협할 만한 사고 또는 상해, 폭력에 노출된 이후에 1개월 이상 스트레스 장애가 지속될 경우 진단됩니다.

주요 임상적 특징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병리적인 기억이 반복적으로 재경험되는 것인데요. PTSD와 함께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으며 환자는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활동, 물건, 장소, 사람 등을 회피하게 되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PTSD로 인한 고통을 덜어내는 치료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와 인지처리치료와 같은 비약물치료 방법이 주로 사용됩니다. 치료 약물로 항우울제가 처방될 수 있지만 PTSD에 효과적인 약물 치료 방법은 뚜렷이 밝혀진 바가 없었습니다. 신경계에 직접적인 처치를 가하려면 공포 기억이 저장/소거되는 시냅스의 종류, 위치, 기억 형성과 소거의 기작을 명확히 파악하여 개입해야 하는데 이전까지 공포 기억 조절에 관여하는 시냅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약물 치료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시냅스가 기억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뿐 미시적인 차원에서 공포 기억에 어떤 종류의 시냅스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알려진 것이 없었습니다.

난항을 겪던 공포 기억 형성과 소거에 관한 연구는 서울대학교 강봉균 교수 연구팀의 성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dual-eGRASP 기술로 공포기억저장에 관여하는 시냅스를 표식하고, 해당 시냅스가 공포학습과 공포 기억 소거에 따라 크기가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여 PTSD에 관여하는 시냅스의 실체를 포착한 것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신경과학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이 개발한 dual-eGRASP 기술,

‘기억 저장 시냅스’를 식별해내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은 전기화학신호를 발생시켜 전달하고, 다른 뉴런으로부터 신호를 전달 받으며 기능합니다. 뉴런은 빠르고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서 신체의 다른 세포와 차별화되는 독특한 구조로 이뤄져있습니다. 뉴런의 구조는 정보를 수용하는 수상돌기(dendrite)와 정보를 송출하는 축삭돌기(ax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수상돌기 표면에 작게 돌출된 구조물인 수상돌기가시(dendritic spine)와 축삭돌기 끝부분의 축삭말단(axon terminal)이 매우 좁은 간격으로 연접하여 신경전달물질을 주고받고, 이로써 활동전위가 발생하여 여러 뉴런에 걸쳐서 전기화학신호가 지속적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축삭말단과 수상돌기 가시의 연접 부위를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시냅스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뉴런이 시냅스 이전 뉴런(pre-synaptic neuron)이며 정보를 받는 뉴런이 시냅스 이후 뉴런(post synaptic neuron)입니다.

뇌는 각 영역별로 각자 다른 기능을 전담하며 서로 다른 영역과 상호연계하여 운동, 감각, 계획, 감정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마 근처부터 정수리 가까이에 이르는 운동피질은 몸의 운동 기능을, 머리의 좌우 귀 근처의 측면에 위치한 청각피질(auditory cortex)은 청각정보를 처리하며 뒷통수쪽의 시각피질(visual cortex)는 시각 기능을 조절합니다. 뇌의 각 영역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바로 앞서 언급한 시냅스의 연결에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뉴런들이 뻗어 나와 시냅스를 통해 많은 연결을 이루고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공포 기억도 뇌의 서로 다른 영역들이 상호 연계되는 시냅스에 의해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전쟁을 경험한 군인 PTSD 환자의 경우, 전쟁 상황을 연상케 하는 총포 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굳이 총소리가 아니더라도 총소리와 비슷한 천둥소리나 물건이 부딪히는 ‘소리’, 즉 청각 자극을 경험하게 되면, 공포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amygdala)와 청각피질을 연결하는 뉴런들의 시냅스가 활성화되어 공포 기억을 재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상돌기 가시 크기를 이용한 시냅스 구조적 변화 관찰 ⓒ서울대학교 강봉균 교수

인간에게 뇌세포가 많은 만큼, 각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또한 무수히 많습니다. 많은 시냅스 중 공포기억 형성과 소거에 관여하는 시냅스를 찾고, 다른 시냅스들과 구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강봉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dual-eGRASP 기술로 서로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온 연결 시냅스를 청록색과 노란색으로 구분하여 표지할 수 있게 되었고, 이번 연구에서 공포 기억저장 시냅스를 식별해내는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공포 기억을 저장한 기억저장 시냅스(synaptic engram)를 선택적으로 표지하여 공포 기억이 학습, 소거, 재학습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청각피질과 편도체 사이의 기억저장 시냅스 표지 ⓒ서울대학교 강봉균 교수

위 그림에서 연구진은 dual-eGRASP 기술로 청각자극을 인지하고 처리하는 청각피질(auditory cortex;AC)과 공포 반응을 조절하는 외측 편도체(lateral amygdala;LA)의 기억저장세포(engram;E)와 비기억저장세포(Non-engram;N)사이 연결 시냅스를 총 네 가지 조합으로 분류하여 표지했습니다. 이중에서 연구진이 발견한 공포기억을 저장하는 기억저장 시냅스(E-E)는 노란색으로 표지되었으며, 우측 사진에서 수상돌기의 노란색 구조물에 해당합니다.

연구진이 포착한 Synaptic engram의

구조적 변화, 무엇을 의미하는가?

뇌는 가소성(neural plasticity)을 가진 세포들의 집합체입니다. 독자분들께서 기사를 읽는 동안에도 새로 습득한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으로 저장하기 위해 수많은 시냅스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억 또는 학습은 시냅스 연결의 강화로 이뤄집니다. 특정 정보와 관련된 시냅스의 수가 많아지거나, 크기가 커지는 등 시냅스의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기억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억의 소거는 시냅스 연결의 약화를 통해 이뤄집니다.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벼락치기를 한 학생은 일시적으로 시냅스의 크기가 커지고, 시험이 끝난 이후 복습을 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 시냅스의 크기가 줄어들어 기억이 약화되거나, 연결이 사라져 기억이 소거됩니다.

공포기억의 상태에 따른 기억저장 시냅스의 구조 변화 관찰 ⓒ서울대학교 강봉균 교수

연구진은 synaptic engram이 공포 기억을 형성/소거하면서 어떠한 구조적 변화를 거치는지 포착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연구진이 발견한 기억저장 시냅스가 기억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실험동물에게 공포기억을 형성하고 소거하기 위해 조건형성(conditioning)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조건형성이란 서로 무관한 두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연합하여 학습되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험 동물에게 청각 자극을 제시하고, 이어서 케이지 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동물에게 약간의 고통을 느끼게 함으로써 청각 자극과 공포반응을 연합시켰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실험동물은 특정한 알람 소리를 들으면 전류가 흐른다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알람이 울리면 곧바로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즉, 실험동물에게 공포기억이 학습된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시냅스를 관찰한 결과, 공포기억을 저장하는 기억저장 시냅스(E-E; 사진상 노란 색으로 표지)가 다른 비기억저장시냅스(N-E, N-N)보다 크기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음으로 연구진은 공포기억의 소멸이 시냅스의 구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공포기억의 소멸은 청각 자극과 공포 반응 사이의 연합을 제거해주는 것으로 이뤄집니다. 알람 소리를 울린 후에 전류를 흘려보내지 않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실험동물은 알람이 울려도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하고 더 이상 알람에 공포감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이때 기억저장 시냅스는 비기억저장시냅스와 비슷한 크기이며 공포기억 학습 당시보다 작아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어서 연구진은 동일한 공포기억이 재학습됐을 때의 변화도 관찰했습니다. 공포기억의 재학습은 처음 공포기억을 학습시킬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시냅스를 관찰한 결과, 공포기억의 소거로 줄어들었던 시냅스의 크기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공포 기억저장 시냅스의 발견,

기억 연구와 PTSD 치료법 개발에 기여

이처럼 연구진은 공포를 조절하는 편도체에서 공포 기억의 생성과 소거에 따른 기억저장 시냅스의 구조적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기억저장 시냅스가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적 단위이이자 기억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기억 소거를 통해 공포 반응이 사라질 수 있으며, 이때 기억저장 시냅스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 PTSD 치료에 큰 보탬이 되는 연구 성과를 보였습니다.

연구책임자 강봉균 교수는 “기억저장 시냅스가 뇌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중요한 단위라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억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공포기억 소거를 통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등 질병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으며 추후에 기억저장 시냅스를 인위적으로 변화시켰을 때 기억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혹은 기억의 상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후속 연구 목표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