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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와 컴퓨터가 결합하면 AI 뛰어넘을까

heojohn 2023. 9. 24. 23:13

[씨즈더퓨쳐] 

입력2023.09.24. 오전 8:01
 기사원문
 
 
씨즈더퓨쳐 영상 캡쳐
 
“저희가 한 일은 뇌세포가 ‘퐁(Pong)’이라는 게임 세계에서 동작하도록 시뮬레이션한 것입니다. 성공 여부를 보여주기에는 퐁 게임이 명쾌하고 좋았죠.”

화상 인터뷰로 만난 호주 생명공학 기업 ‘코티컬 랩스’의 최고과학책임자(CSO) 브렛 케이건 연구원은 뇌세포에게 퐁 게임을 가르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퐁은 1972년 처음 발매된 고전 아케이드 게임이다. 화면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공을 판으로 쳐서 반대편으로 날려 보내면 된다. 판으로 공을 되받아치지 못하면 게임 오버다. 하지만 가장 궁금한 건 왜 하필 ‘뇌세포’에게 퐁 게임을 가르쳤는지다. 이에 대해 케이건 연구원은 “뇌세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접시뇌는 어떻게 퐁 게임을 배웠나

케이건 연구원팀은 작년 말 발표한 논문에서, 배양 접시에서 키운 뇌세포인 ‘접시뇌(DishBrain)’를 컴퓨터에 연결해 퐁을 플레이하도록 학습시켰다. 접시뇌는 5분 만에 퐁을 하는 방법을 익혔다. 비교를 위해 인공지능(AI)에게 퐁을 학습시켰을 때는 90분이 걸렸다. 접시뇌가 18배 빨리 학습한 것이다.

접시뇌는 인간이 퐁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퐁 게임을 한다. 인간은 게임 화면(자극)을 눈으로 보면(입력), 뇌에서 판을 어디로 움직일지 결정한다(처리). 그리고 손으로 방향키를 조작해(출력) 판을 움직인다(반응). 자극-입력-처리-출력-반응, 이게 게임을 하는 동안 일어나는 정보의 흐름이다.

접시뇌가 퐁 게임을 배운 과정을 설명하는 씨즈 영상 갈무리
케이건 연구원팀은 이 정보의 흐름을 접시뇌에서 재현했다. 접시뇌는 배양 접시에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미세전극판을 깔고 그 위에 뇌 세포를 키운 장치다. 전극판 위로 80~100만 개의 뇌세포를 배양했다. 뇌세포는 생쥐 배아에서 추출한 것과 사람의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얻은 뇌세포를 사용했다.

뇌세포들은 아무렇게나 연결돼 서로 무작위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연구팀은 이런 뇌세포들을 임의로 ‘입력 영역’과 ‘출력 영역’으로 나눠 컴퓨터와 연결했다. 그리고 퐁 게임의 판과 공 사이 거리를 전기 신호(자극)로 변환해 입력 영역의 뇌세포에 가했다(입력).

자극을 받은 뇌세포들은 연결된 주변 세포로 전기 신호를 흘려보냈다. 연구팀은 출력 영역의 뇌세포에 흘러 들어온 신호를 다시 퐁 게임에서 판을 움직이는 신호로 변환했다(출력). 그리고 이 신호를 이용해 게임을 플레이했다(반응).

하지만 뇌세포는 알아서 게임을 배우지 않는다. 게임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입력했다고 해도, 입력 영역과 출력 영역 사이를 무작위로 연결한 뇌세포는 무작위 출력 신호를 낸다. 뇌세포들끼리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따라서 어떤 뇌세포 연결은 날아온 공을 잘 되받아쳐 게임을 이기도록 하고 다른 연결은 판을 움직이지 못해 게임을 지도록 한다.

케이건 연구원팀은 게임에서 이기는 신호를 출력한 뇌세포의 연결이 강화되도록 보상을 줬다. 반대로 지는 신호를 출력한 뇌세포의 연결은 약화되도록 했다. 뇌세포는 일정한 자극을 좋아하고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적인 전기 자극을 싫어하는데 이를 ‘자유 에너지 원리’라 부른다.

연구팀은 뇌세포에게 이길 때마다 일정한 자극을, 질 때마다 무작위한 자극을 가해 게임을 잘하는 뇌세포의 연결만 강해지도록 만들었다. 접시뇌에 게임을 학습시키는 되먹임(feedback) 회로를 만든 셈이다.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비교하는 논문을 소개하는 씨즈 영상 갈무리
 
● 뇌세포+컴퓨터, 간단한 수학 방적식도 풀어

뇌세포를 사용한 바이오컴퓨터를 제작하려는 계획은 또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 블루밍턴 캠퍼스 펭 구오 교수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AI 기기 ‘브레이노웨어(Brainoware)’를 만들어 간단한 수학 방정식을 풀었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3월 1일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에 올라왔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미니 장기로 폐나 간 등을 모방한다.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3차원 형태의 ‘미니 뇌’다.

케이건 연구원팀의 접시뇌는 평면에서 자란 뇌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만약 인간 뇌와 비슷한 3차원 뇌 오가노이드를 바이오컴퓨터에 사용한다면 계산 성능 향상은 물론, 기존에서는 상상도 못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2월 28일 토머스 하퉁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로 만들 차세대 바이오컴퓨터를 ‘오가노이드지능(OI·Organoid Intelligence)’이라 부르자는 논문을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AI(인공지능)와 비교하는 의미에서 오가노이드지능(OI)이라는 표현을 도입한 것이다.

OI의 장점은 무엇일까. 하퉁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OI는 기존 슈퍼컴퓨터와 비슷한 연산 속도를 가지면서도 부피와 전력 소모가 매우 적다. 뇌세포의 연결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방대하기 때문에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도 훨씬 적고 부피 대비 저장 용량도 크다.

케이건 연구원은 “이미지 학습과 같은 분야에서 (OI가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양 측면에서는 바이오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보다 데이터를 훨씬 적게 필요로 한다.

물론 뇌세포 바이오컴퓨팅의 생물학적 원리를 밝히고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러나 발전 속도도 빠르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평이다. 케이건 연구원은 OI로 “5년 내로 신약의 성능을 예측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며, “바이오컴퓨터 분야의 인텔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 자세한 내용은 씨즈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씨즈 영상보기 : https://youtu.be/n_WL-vLrlfs

신수빈 기자,이창욱 기자,임서연 PD sbshin@donga.com,changwooklee@donga.com,olmt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