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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제주]② 중국계 자본이 불러온 공포…발묶인 개발사업

heojohn 2021. 2. 9. 16:43

조선비즈 제주=유한빛 기자

입력 2021.02.09 06:40

 

2월은 제주도 관광산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설 연휴가 지나면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업비 5조원 이상을 투입해 제주도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던 ‘제주오라관광단지’ 역시 이달 중으로 시행 여부가 최종 판가름난다.

두 사업 모두 최근 수년 째 사업이 진척이 없지만, 이유는 제각각이다. 제주 제2공항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신설하기로 확정했지만,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하는 일부 지역민과 환경단체가 제동을 걸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97.9%다. 인천공항(80.8%)을 포함한 국내 15개 공항 중에서 가장 높다. 활주로 이용률은 연간 해당 공항에서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횟수 대비 실제 이착륙 횟수를 구한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해당 공항이 붐빈다는 뜻이다. 지난 2016년 활주로 이용률이 100%를 넘어선 전적이 있다.

그래픽=박길우

 

국회는 제2공항 관련 473억원이 포함된 2021년도 국토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다만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략환경영향 평가 협의를 완료된 후에 해당 예산을 집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제주도의 관광 기반시설이 빠르게 확충되지 못하는 상황에는 난개발과 외국계 자본, 외국인 유입에 대한 지역 사회의 공포도 있다. 제주오라관광단지는 사업자의 적격성과 자금 조달 능력 등이 문제가 된 경우다. 중국계 자본의 ‘먹튀(이익만 취하고 철수하는 행위)’ 우려가 커지면서 인허가 당국과 이해관계자들이 사업 내용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다.

◇ 중국 거품 빠져도···지역사회 반대 의견은 ‘양날의 검’

제주도에 중국 자본이 밀려든 배경에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제주도는 지난 2002년 4월 무사증 제도를 시행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사증(비자)면제프로그램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국민도 30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 2010년 제주도에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시행되면서 외국계 자본에도 빗장이 열렸다. 지역 내 부동산이나 공익사업에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면 거주 비자(F-2)를 발급해주고, 5년이 지나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영주권(F-5)을 부여하는 제도다.

투자이민제는 무사증 제도와 한류 열풍이 맞물려 중국 관광객으로 채워진 제주도를 ‘기회의 땅’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도 투자이민 기한이 충족된 지난 2016년 이후 2019년까지 2101명이 영주권을 발급받았다. 이중 약 90%는 중국인으로 파악됐다.

그래픽=박길우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른 것도 그 여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만9473필지에 불과하던 제주도의 연간 토지거래량은 중국인 관광객 특수가 절정을 이룬 2015년 4배로 늘었다. 부동산 가격도 이 시기에 정점을 찍었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때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한한령(限韩令)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계 자본의 개발 사업들이 줄줄이 투자 적격성에서 문제가 되면서 좌초된 탓이다.

중국 신해원(新海園) 유한회사가 추진한 500여실 규모 호텔인 ‘송악산 뉴오션타운’ 사업도 제주도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환경 훼손 논란이 일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나서, 송악산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해당 부지는 신해원이 사들여 제주도청의 개발 허가까지 받았던 상황이다.

역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제주오라관광단지는 중국 화룽그룹의 자회사인 JCC가 제주시 오라2동 약 358만㎡ 크기 부지에 숙박시설 3570실과 쇼핑몰, 골프장 등을 휴양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JCC는 지난 2015년부터 실시한 환경영향 심의와 투자 적격성, 자본조달 가능성 검증 등을 통과하지 못했다.

중국 신해원 유한회사가 500여실 규모 호텔인 ‘송악산 뉴오션타운’ 사업을 추진했던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부지. /유한빛 기자

 

◇ 허가 받았는데 사업 무산 반복...제주도 투자 위축 우려

다만 이미 도의 허가까지 받은 상황에서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되풀이될 경우 제주도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리병원’ 논란을 일으킨 제주 녹지국제병원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병원은 중국 국영 부동산개발회사인 녹지(綠地)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추진했다. 지난 2018년 제주도로부터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진료할 수 있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녹지그룹은 제한적인 운영만 가능하다는 도청의 결정에 반발해 개원하지 않았다. 병원 건물은 모두 지어진 상태였다. 녹지그룹은 제주도와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서귀포시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도 비슷한 어려움에 빠졌다. 제주신화월드 운영사인 람정제주개발은 지난해 4월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해외 브랜드에 특화된 아웃렛인 '제주 프리미엄 전문점(가칭)'을 열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서귀포시로부터 대규모점포 개설 등록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업은 서귀포시 지역상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상인 단체의 반발 때문에 멈춰선 상태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미엄 아웃렛은 전통시장이나 동네상권과 상품군이 겹치지 않는 것은 물론, 서귀포시 도심까지 거리가 30여km에 달해 상권이 겹칠 염려도 없다고 지적한다.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이 철수한 제주신화월드 메리어트관 상점가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한빛 기자

 

제주도에서 복합리조트사업을 추진 중인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도가 싱가포르, 하와이, 괌 등 관광업으로 유명한 다른 섬들과 비교해 특히 밀리는 분야가 쇼핑"이라면서 "백화점이나 아웃렛처럼 유통이익이 많은 상품을 파는 곳은 없고, 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수산물과 특산품 위주에 그쳐 시장 규모나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관광으로 유명한 해외도시에는 대부분 프리미엄 아웃렛이 조성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라발레 빌리지’, 영국 런던의 ‘비스터 빌리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로카 빌리지’ 등이 대표적이다. 괌에서는 ‘괌 프리미엄 아웃렛’, 하와이는 ‘와이켈레 아웃렛’이 유명하다.

제주도와 달리 국내의 다른 지방도시들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면 자연환경을 활용하는데도 적극적인 편이다. 경상남도 통영시는 케이블카 개장 10주년을 맞은 2018년 상부역사를 리모델링해 전망대를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펫 프렌들리 케이블카’까지 도입했다.

전라남도 여수시는 2014년 해상케이블카를 개장했다. 세계박람회(엑스포)를 개최한 2012년, 한 유명가수의 ‘여수 밤바다’라는 곡까지 인기를 얻은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여수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88만명이던 여수 관광객은 2019년 약 1354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해 케이블

 

카 이용객 수는 167만명이다. 여수를 방문한 여행객 10명 중 1명은 해상케이블카를 탔다는 뜻이다.

케이블카가 관광 필수 코스로 부상하자 바다를 면한 다른 도시들도 잇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 송도는 2017년, 전남 목포는 2019년 각각 해상케이블카를 운행하기 시작했고 인천시도 영종도와 월미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최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