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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해저에 외계 생태계? 굶주린 해면, 화석 먹고 살아

heojohn 2022. 2. 9. 18:48

조홍섭 입력 2022. 02. 09. 15:26 수정 2022. 02. 09. 16:06 댓글 39

[애니멀피플]
해저 산맥 꼭대기 15㎢에 거대 해면 정원..미생물 도움으로 관벌레 잔해서 영양분 섭취
북극해의 랑세스 해저 산맥 꼭대기에 펼쳐진 해면 군락. 크기 1∼50㎝의 해면 10여 마리가 몰려 있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북극 한가운데 심해저는 생물이 살기에는 최악의 환경이다. 찬 수온에다 1년 내내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여 광합성을 할 햇볕이 거의 들지 않고 육지에서 멀어 흘러드는 영양분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거대 해면이 지배하는 독특한 생태계가 발견됐다. 평균 나이 300살에 지름 1m에 이르는 해면의 먹이는 놀랍게도 수천 년 전 활화산에 기대어 살아가던 관벌레 사체가 죽어 굳은 화석으로 밝혀졌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 및 해양연구소의 쇄빙선 폴라스테른호에 탄 국제 연구자들은 그린란드 북서쪽 북극해의 심해저 산맥인 랑세스 산맥을 탐사한 결과 산맥 꼭대기를 중심으로 15㎢에 걸쳐 펼쳐진 대규모 해면 서식지를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보고했다.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 및 해양연구소의 쇄빙선 폴라스테른호 모습. 한네스 그로브,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교신저자인 안트예 뵈티우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교수는 “활동을 멈춘 해저화산 꼭대기에서 번성하는 거대한 해면 정원을 발견했지만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해산은 열수분출구를 통해 황이 다량 포함된 뜨거운 물을 뿜어내 주변에 관벌레와 조개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았지만 2000년 전 활동을 멈췄다.

발견된 해면은 가장 큰 것이 크기가 1m 무게 25㎏에 이르렀으며 이 해산 생태계의 우점종으로 나타났다. 해면의 주 서식지는 수심 500∼700m인 해산의 꼭대기 부분이었다.

해면은 극도로 영양분이 부족한 북극해에서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살아갈 생태계 엔지니어 구실을 한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채집한 해면을 분석한 결과 이 원시 동물이 극한환경에서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미생물과의 공생임이 드러났다. 연구에 참여한 우테 헨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미생물학자는 “해면과 함께 사는 미생물이 억센 입자와 바닷물에 녹아있는 유기물질을 소화할 수 있는 유전자를 도구로 갖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들이 해면이 사는 데 필요한 질소와 탄소 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활화산의 열수분출구 부근에서 자라는 관벌레. 화산이 꺼지면서 이들도 죽지만 해면 등 새로운 생물이 살아갈 영양원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해면과 미생물이 찾아낸 먹이는 수천 년 전 불이 꺼진 열수분출구 주변의 관벌레 화석이었다. 주저자로 막스플랑크 해양미생물연구소의 해면 전문가인 테레사 모르간티는 “관벌레를 이루던 단백질과 키틴(게 등 갑각류의 단단한 껍데기를 이루는 물질) 등을 분해해 유기물을 섭취하는 사실을 동위원소 분석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화석을 먹는 동물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이 가능한 비결이 미생물과의 공생이라는 점도 두드러진다.

해면은 이곳 생태계에서 생태계 엔지니어 구실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해면은 침상체라 불리는 실리카 재질의 물질을 만드는데 이것이 매트를 이뤄 다른 생물에게 삶터를 제공하고 그들이 먹을 입자가 걸리도록 한다. 이런 해면 덕분에 극단적으로 척박한 환경에도 연산호가 살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핫 스폿’이 형성됐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죽은 해면에 몰려든 성게. 북극의 해면 생태계에 대한 최대 위협은 기후변화이다.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 제공.

그렇다면 북극의 해면 정원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수온이 낮아 해면의 신진대사가 늦기 때문에 적어도 앞으로 수천 년 동안은 과거 관벌레의 유산을 먹고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그보다 먼저 닥칠 기후변화의 위협이다. 뵈티우스 교수는 “기후변화로 해빙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해양환경이 변화하고 있어 북극 바다의 독특한 다양성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발견은 우리가 지구의 생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얼음 밑 생태계는 말할 것도 없다. 뵈티우스 교수는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에는 우리가 겨우 접근해 둘러보고 지도를 작성할 기술을 보유했을 뿐이어서 외계 생명체 비슷한 생명체가 사는 것”이라고 영국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해면은 가장 먼저 진화한 다세포 동물의 하나로 전 세계 바다에 8000여 종이 분포하며 수많은 멸종사태를 이겨낸 적응능력이 뛰어나 산소 부족, 바다 산성화, 온난화에 잘 견딘다.

인용 논문: Nature Communications, DOI: 10.1038/s41467-022-28129-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