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수명을 연장하는 데 활용하는 연구가 시작된다. 쥐 실험을 통해 비아그라를 비롯한 다양한 화합물들이 노화 현상을 막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수명 연장과 관련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 과학기술이 노화까지 정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가 자금을 지원하는 노화 현상 연구 프로젝트인 '중재검사프로그램(ITP)'은 연말 240마리의 실험용 쥐에게 비아그라의 성분인 구연산실데나필이 함유된 음식을 먹이는 실험을 실시한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비아그라 성분이 쥐의 수명을 연장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사람에게도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살핀다는 구상이다.
실험에서는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비아그라 성분을 섭취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의 수명을 2년 동안 추적한다. 각 쥐들은 최대한 동일한 조건에서 사육된다. 쥐 실험과 함께 실시되는 예쁜꼬마선충을 사용하는 실험에선 비아그라 성분이 수명 연장과 관련한 분자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인하고 노화 메커니즘을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에 실험에 돌입하는 비아그라 성분인 구연산실데나필은 NIA가 연간 500만달러(약 50억원)의 자금을 5년 더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선택된 8개의 새로운 후보 약물 중 하나다. 비아그라 성분 외에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캡토프릴 등이 선정됐다. 비아그라 또한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처방된다.
ITP 프로젝트 측은 쥐 실험에서 유망한 결과가 나올시 사람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반적인 쥐 실험에서 사용되는 쥐는 근친 교배를 통해 탄생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사용하는 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ITP 프로젝트가 이번에는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이다. 앞서 ITP는 노화를 방지하거나 지연할 수 있는 약물을 찾기 위해 60개 이상의 약물, 식이성분, 호르몬 및 기타 분자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수명을 연장하는 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이는 약물을 몇몇 발견했다. 이식수술에서 장기의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는 라파마이신이 대표적이다. 후속 연구에선 라파마이신을 구성하는 분자와 밀접하게 관련된 분자가 사람들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라파마이신을 활용해 노화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들인 알츠하이머병, 근육 약화, 잇몸 질환 등에 대한 효과를 살피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 박정연 기자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