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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앞 무릎꿇은 여성들…탈레반도 당황 "식량난 이정도일줄"

heojohn 2021. 9. 14. 23:14

아! 아프간

중앙일보

입력 2021.09.14 17:20

업데이트 2021.09.14 19:06

이민정 기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빵집 앞. 온몸을 부르카로 가린 여성 두 명이 무릎을 꿇고 있다. 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진열대 위에 쌓인 빵. 여인들은 배고픔을 호소하며 빵 또는 돈을 구걸했다.

지난1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한 어린 소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 집권 후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아프간 사람들의 고통을 이 사진에 담아 보도했다. 이대로라면 올겨울 기아로 목숨을 잃는 어린이가 수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국제 구호 단체의 경고도 함께였다.

구걸하는 여성들, 노숙자된 수감자들

이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식사는 더는 일상이 아니다. 주재료인 밀가루 가격이 두 배로 뛰면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쌀과 콩으로 배를 채우고 있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사람이 태반이다.

한 남성이 아프간 수도 카불 공원에 마련된 노숙자 캠프 거주자에게 빵을 나눠 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간 내 식량난은 탈레반 점령 전부터 심각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오랜 전쟁과 가뭄으로 농작물 40% 가량이 피해를 입었고, 밀 가격은 25% 이상 치솟았다.

그나마 국제 원조로 부족한 식량을 채웠지만, 이마저도 끊겼다. 비축해둔 식량은 보름 뒤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 후엔 기아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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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인들은 지난 수십년간 전쟁을 겪은 이후 가장 위험한 시간(perilous hour)을 맞이했다”며 “이들 3명 중 한 명은 매 끼니를 어디서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해외 자금 지원 중단에 의료 시스템까지 도미노 붕괴   

탈레반 점령으로 인한 경제적 고립은 식량 위기를 가속화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이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하자 아프간 경제는 순식간에 멈췄다.

경제가 멈추자 일자리도 사라졌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과정에서 자동 석방됐다는 수감자 자카르아는 “겉으로는 이번 사태로 자유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돈을 벌 방법이 없어 결국 노숙자가 됐다”고 말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외 구호 단체의 지원 중단은 의료 서비스까지 멈춰 세웠다. 아프간 내 상당수 병원은 의료 물품과 의약품, 현금을 해외에서 지원받아왔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지역 병원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34개주 가운데 31개 주의 공공 의료 서비스가 중단 위기에 놓였다.

와르다크 지역 병원 의사 파리둘라차크는 “우리 병원은 의료품 상당수가 외국에서 들어오는데, 탈레반 집권 후 모든 거래가 끊겼다”며 “자금 길마저 막혀 의료진 월급은 중단된지 오래”라고 호소했다.

병원 폐쇄가 앞으로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 계층의 사망률을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헨리 에타포레 유니세프 전무이사는 “이미 아프간 아동 1000만명이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 살고 있다”면서 “올 겨울 최소 100만명의 아이들이 급성 영양실조로 치료도 못 받고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의 풀에차르키 감옥을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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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이처럼 극심한 경제난과 식량난은 재집권에 성공한 탈레반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비훌라 마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NYT에 “아프간 전 정부가 이렇게 쉽게 정권을 포기하고, 우리에게 국가를 넘길지 몰랐다”면서 “우리도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기를 관리하려고 노력 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인도주의적 노력을 환영한다”며 유엔 및 기타 국제 구호 단체의 아프간 지원 활동을 막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제사회도 자금 원조에 힘을 모았다.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이날 아프간에 10억달러(1조1718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앞으로 탈레반이 아프간을 어떻게 통치하느냐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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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기자·장민순리서처lee.minjung2@joongang.co.kr